소송에 휘말려 기자 생활을 접으려는 미카엘 블룸키스트(미카엘 니크비스트)는 우연히 반예르 가문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맡는다. 그것은 바로 40년 전 일어난 하리에트 실종 사건. 가문의 수장 헨리크 반예르(스벤 버틸 타웁)는 미카엘에게 자신의 조카 하리에트를 죽인 사람이 가족 중에 있을 것이라며, 범인을 꼭 잡아달라고 말한다. 의뢰를 받아들인 미카엘은 용문신을 한 천재 해커 리스베트(노미 라파스)와 한 팀을 이뤄 사건을 파헤친다. 그 결과 40년 전 일어난 연쇄살인사건과 하리에트의 실종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운 범인은 급기야 이들의 목숨을 노리고, 위험에 처한 미카엘은 가문에 추악한 진실을 목격한다.
<밀레니엄>은 원작의 동력이었던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추리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두 주인공은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처럼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서로 도움을 준다. 물론 놀라운 추리력과 사격 솜씨로 사건을 파헤치지는 않지만, 미카엘의 집요함과 리스베트의 추진력은 찰떡궁합을 보여주며 추리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40년 전 실종 당일 거리 퍼레이드 사진부터, 암호로 채워진 메모, 연쇄 살인사건 등 사건을 풀 수 있는 열쇠가 하나씩 모아지는 것도 쏠쏠한 재미. 여기에 거대한 반예르 가문 안에 감춰진 성폭력의 상흔, 광기어린 민족주의가 병합되면서 극의 정점에 다다른다.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는 캐릭터다. 등장하자마자 리스베트는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다. 용문신과 피어싱, 특이한 헤어스타일 등 외적으로만 봐도 특이한 이 캐릭터는 묘한 매력으로 똘똘 뭉쳐있다. 노미 라파스는 활자로 표현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탈바꿈시킨다. 강단 있는 모습과 더불어 팜므파탈적인 면모까지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영화를 보게 되면 왜 그가 <셜록홈즈 : 그림자 살인> <프로메테우스> 등 계속해서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다만 사건 해결에 몰입하다 보니 인물의 개인사를 너무 간과한다. 특히 미카엘의 개인사는 심도 있게 다루지 않는다. 편집장과의 불륜관계나 바람둥이 기질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어 캐릭터 자체의 재미가 떨어진다. 또한 스테레오 타입의 이야기로 구성된 영화는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게 진행된다. 유럽 영화만의 색다른 화면 구성이나 화법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긴다.
2012년 1월 5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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