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애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관계가 소원해진 여차친구와 병을 빌미로 <러브 스토리>를 찍어? 드라마 <여인의 향기>의 이연재(김선아)처럼 죽기 전에 해야 할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그것도 아니면, “어찌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하나님을 원망하며 절망의 나락에서 허덕여? 하지만 영화는 예상 가능한 신파적 정서를 비켜가며, 애덤의 삶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것도 차분하게, 담백하게, 심지어 유쾌 발랄하게.
생존확률 50%인 척추암. <50/50>은 50%의 절망 대신, 50%의 희망에 기댄 영화다. 그것도 코미디 영화다.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암과 코미디’의 조합이 불편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세스 로건의 친구인 윌 라이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화가 잃은 건 굴곡진 이야기 전개. 즉, 극적인 재미다. 하지만 대신 영화는 그러한 단점을 뒤엎을만한 진실성을 얻는다. 일견 심심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에 마음이 움직이는 건,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생생하게 묘사한 진실성 덕분이다. ‘눈물을 흘리게 하지만 정작 극장 문을 나서고 나면 아무것도 안 남는 영화’와 ‘볼 때는 큰 감흥이 없지만 오래도록 기억되는 영화’가 있다면, <50/50>은 분명 후자다.
<50/50>은 암에 걸린 한 남자의 심리 변화기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야기의 50%는 병에 걸린 남자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에게서 완성된다. <50/50>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여기, 애덤을 둘러싼 사람들이 전하는 긍정의 힘에서 나온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가 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으면 위로를 찾기에 바쁘다. 웃는 게 죄라도 되는 듯, 시종일관 분위기를 잡는다. 상처 난 사람의 상처에 다가가는 방법을 미처 모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애덤의 친구 카일(세스 로건)의 행동은 다소 낯설다. 확률 50%면 카지노에선 최고의 승률이라고 웃어넘기는가 하면, 동정심을 유발해 여자를 유혹해보라며 애덤을 클럽으로 떠민다. 무례해 보이는가? 아니다. 그에게 애덤은 ‘암에 걸린 환자’가 아니라, ‘암과 싸우고 있는 그냥 친구’일 뿐이다. 특히, 장난만 치는 줄 알았던 카일이 애덤을 위해 그만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뜨거운 그 무엇이 울컥 올라온다.
<50/50>에는 구구절절한 사랑은 없다. 대신 잔잔한 로맨스가 조용히 앉아 있다. <500일의 썸머>의 탐(조셉 고든 레빗>에게 폭풍과도 같은 사랑 ‘썸머(주디 디샤넬)’가 지나고 ‘오텀’이 왔듯, 애덤에게도 간병이 힘들다며 바람을 피우고 떠난 여자 친구의 빈자리에 초보 심리치료사 캐서린(안나 켄드릭)이 가을처럼 다가온다. 위암에 걸리고도 <슈퍼스타 K3>에서 긍정을 노래했던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은 말했다.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애덤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또한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50/50>은 그렇게, 잔잔한 기적을 노래한다. “어떻게? 긍정적으로!”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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