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위기를 맞이한다. 2001년 디비전 시리즈 패배와 잇따른 주전 선수 트레이드 때문이다. 선수를 보강하고 싶지만 문제는 돈. 오클랜드 단장 오클랜드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은 없는 돈 끌어 모아가며 다른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때마침 ‘머니볼’ 이론을 내세우며, 야구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는 피터(요나 힐)의 말에 그를 부단장으로 영입, 빌리 빈은 돈을 적게 들이면서 효용성을 크게 낼 수 있는 무명선수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컴퓨터 데이터에 의존해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에 심드렁한 기존 스카우터들과 감독은 빌리 빈과 대립 한다. 게다가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14패를 기록한 팀의 성적 때문에 ‘머니볼’ 이론의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간다.
때때로 야구는 인생에 비유되곤 한다.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어도, 9회 말에 역전 할 수 있는 게 야구다.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이라도 한 순간에 성공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인생이란 게임처럼 말이다. <머니볼>은 이런 야구의 묘미를 빌리 빈에게 대입한다. 그리고 그의 인생이 얼마나 희비가 엇갈렸는지, 데이터 값을 산출한다. 물론 숫자와 그래프가 나오지는 않는다. 대신 브래드 피트의 표정과 모습으로 그 표본오차를 가늠할 수 있다.
브래드 피트를 위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비중은 크다. 그의 표정 하나 하나에 영화의 분위기가 좌우된다. 영화는 머니볼 이론을 야구에 접목시켜 센세이션을 일으킨 빌리 빈의 성공 신화를 다루지만, 그 이면에 감춰져 있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머니볼 이론을 펼치는 빌리 빈은 기존의 야구 시스템에 정면 도전한다. 자신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지, 잘 해 낼 수 있을 것인지 내면적 갈등은 계속된다. 특히 겉으로는 의연한 척 하지만 자신이 직접 경기를 보면 진다는 징크스 때문에 라커룸 TV로 경기를 보는 그의 모습은 이를 잘 나타낸다. 브래드 피트는 볼을 던지는 순간까지 고민과 갈등을 연거푸 하는 투수처럼, 매 순간 감정을 절제한 채 내면의 갈등과 성공을 담은 최고의 피칭을 보여준다.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돋보였던 이유 중 하나는 감독과 작가의 힘에 기인한다. 실제 인물을 영화로 옮겼던 <카포티>의 베넷 밀러 감독은 그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 빌리 빈의 굴곡진 삶을 리드미컬하게 그린다. 또한 감독처럼 실제 인물을 어떻게 다뤄야 시너지 효과가 큰지 알고 있는 <쉰들러 리스트>의 스티븐 자일리언, <소셜 네트워크>의 아론 소킨이 참여해 이야기의 힘을 키운다. 제작진의 힘을 받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브래드 피트.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그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2011년 11월 18일 금요일 |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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