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 연하의 사랑을 그린 <사물의 비밀>은 통속적인 드라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출과 각본을 맡은 이영미 감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복사기와 디카라는 사물을 삽입하며 차별성을 꾀한다. 영화는 제3자의 시선인 복사기와 디카의 눈으로 바라본 혜정과 우상의 사랑이야기다. 솔직하지 못한, 그래서 쉽사리 사랑한다 고백하지 못한 이들의 모습에 울화가 치밀 정도로 답답해하는 사물들의 목소리는 웃음을 전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동시에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말하는 대변자로도 역할을 담당한다.
혜정과 같은 나이 대인 이영미 감독은 40대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일과 사랑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보여준다. 혜정은 겉으로는 반듯한 여교수지만, 속에선 성욕망이 꿈틀거린다. 자신의 진실한 욕망조차 남의 눈치를 봐 가며 풀어야 하는 그에게 세상은 창살 없는 감옥이다. 혜정은 우상이 감옥을 탈출하게 해 줄 유일한 열쇠인줄은 알지만 사랑을 고백하기에는 나이, 직책, 신분 등 걸림돌이 많다는 것도 안다. 영화는 이런 것들로 인해 솔직한 감정 표현은 고사하고, 오해와 의심으로 점철되는 현 시대의 사랑을 대변한다.
현실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스승과 제자의 사랑이야기가 좀처럼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 도 있다. 하지만 두 주연배우의 안정된 연기는 이야기의 흡입력을 더한다. 실제 나이와 똑같은 혜정 역에 장서희는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우상과의 사랑에 대한 고민을 현실감 있게 연기한다. 액션 배우로 잘 알려져 있는 정석원도 장서희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멜로 영화에도 어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피력한다. 여기에 횟집여주인으로 나오는 윤다경의 롱테이크 베드신, 코믹함을 싹 빼고 진중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박희진의 연기도 힘을 보탠다.
“사랑은 잘나서 하는 게 아니다. 두 못난이가 가면을 벗어 던지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비로소 사랑은 시작된다”라는 극중 대사처럼 영화는 사랑의 감정을 저해하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가슴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가라 말한다. 외로움에 사무쳐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솔직한 사랑의 감정이다.
2011년 11월 17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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