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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돼지들의 세상 (오락성 7 작품성 8)
돼지의 왕 | 2011년 11월 1일 화요일 | 유다연 기자 이메일

회사 부도로 인한 스트레스로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해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초등학교 동창 종석(양익준)을 찾아간다. 경민의 주도로 이루어진 갑작스런 술자리에서 둘은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한다. 당시 어린 종석(김꽃비)과 어린 경민(박희본)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이른바 ‘약자’들이었다. 그들의 회상은 어린 시절 그들을 지켜주던 든든한 친구, 철이(김혜나)에게로 집중된다. 그리고 15년 만에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돼지의 왕>은 여러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엔딩을 향해 치닫는다. 영화적 효과를 높이고자 <돼지의 왕>은 성인 남자 둘이 과거를 회상, 아이들 관점에서 대부분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린 아이들의 사회에서도 계급은 존재한다. 아니 더 크고, 세다. 계급차를 묘사하기 위해 영화는 소년들로 가득한 중학교로 향한다. 경민과 종석처럼 초등학생 티를 미처 벗지 못한 작은 소년, 그리고 반장 무리처럼 이미 성인 남자의 외형을 띤 시꺼먼 남자아이들이 뒤섞인 학급은 외적인 면에서도 확연하게 계급차이가 난다. 계급과 서열 같은 권력의 악용이 판치는 사회의 축소판이 될 이야기 무대를, 성장 편차가 큰 사춘기 소년들이 가득한 중학교로 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돼지의 왕>은 동물을 빗대 현 사회에 대한 은유와 풍자를 한다. 이 부분이 학원폭력물로 왜곡될 수도 있는 이야기 설정을 만져준다. 힘 있는 권력층은 ‘개’, 그들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워 조용히 숨어 지내는 약자들은 ‘돼지’다. ‘고양이(환영)’는 자칫 정당화 될 수 있는 약자들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를 없애는 대상이다. 그리고 선천적인 계급차로 약자에 속하지만, ‘개’들에게 굴복하기 싫어하는 철이는 이른바 ‘돼지의 왕’으로 묘사된다. 1945년 발표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처럼, <돼지의 왕> 역시 우화 형식을 빈 사회풍자극이다.

<돼지의 왕>은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같은 장르를 판타스틱하고 귀엽게 풀어낸 디즈니, 픽사 등과는 다른 노선을 택한다. 미간의 주름과 음영까지 잡아내며 실사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거칠고 사실적인 그림체, ‘애니메이션 잔혹스릴러’를 표방하듯 어둡고 현실집약적인 이야기, 책에서 발췌한 것만 같은 문학적인 대사들…. 이처럼 <돼지의 왕>은 여러 면에서 쇼크를 주며, 독립 애니메이션으로 내공을 닦은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확연히 드러낸다. 아쉬운 점이라면 작품의 분위기가 너무 어둡고 잔인해서, 상업성보다는 독립 애니메이션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또 한 번 불편한 현실을 목격한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이야기를 불쑥 끝내버린다. 여운이 짙은 작품이다.

2011년 11월 1일 화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불편한 현실, 그걸 직시하는 영화를 기다려왔다면.
-BIFF 3관왕은 다 이유가 있었네 그려. <마당을 나온 암탉>에 이은 또 한 편의 문제작.
-90년대 분위기를 슬쩍 풍기는 ‘게스 청바지 일화’, 웃기지만 슬퍼.
-양익준과 오정세 팬이라면, 목소리만으로도 빛나는 그들의 매력에 더더욱 빠져들 걸~
-애니메이션은 무조건 ‘판타스틱한 디즈니!’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자신이 영화 속 ‘개’와 같은 계급이라고 자부(?)하시는 분들.
-최근 ‘개 같은 경우’ 당하신 분들, 자칫 분노에 불붙을 수도.
-단순한 학원폭력물 아닙니다. 아니고요.
1 )
bluesoul007
가까운 상영관에서 볼수 있었음 좋겠네요~   
2011-11-0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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