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김태훈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은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의 축하공연과 이성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으로 시작됐다. 이어 영상제의 심사를 맡은 민규동, 오성윤, 신동일, 김성호, 에릭 커랜드 등 12인의 심사위원이 단상에 올라 공정한 심사를 할 것을 약속했다.
이 날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영상제에 참여한 감독과 배우들이었다. 개막작 E-Cut의 주인공 오광록과 호란을 비롯한 6개 경쟁부문에 작품을 올린 국내외 감독, 배우 50여 명이 자리에 참석해 서로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개막식 후에는 사전제작 지원을 받은 배우 오광록의 <연보라빛 새>와 가수 호란의 <만찬>, 개그맨 박성광의 <욕>이 상영됐으며, ‘숲’영화 프로젝트로 선보이는 김동원 감독의 <사랑이 너무 많아>도 특별 상영됐다.
호란의 친한 친구이자 배우인 김민기와 소유진이 출연한 <만찬>은 결혼을 앞둔 여자가 전 남자친구를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영화 마지막 남자의 행동이 묘한 여운을 남기며 ‘사랑과 시간의 함수관계’를 되돌아보게 했다. “사람은 변하지 않고 사랑은 변한다”는 호란의 의도가 은유적으로 잘 표현된 작품이다. 호란의 실제 경험을 바탕에 둔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감의 진폭도 꽤 크게 다가왔다.
이 날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반응을 이끌어 낸 건, 박성광의 <욕>이었다. 일반인의 욕을 연예인인 박성광이 직접 들어준다는 컨셉의 영화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 가면 가위질 당할만한 19금 욕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욕설을 ‘삐’하는 소리 혹은 묵음으로 처리해 실소를 자아냈고, 개그우먼 오나미와 실제 매니저를 욕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등장시켜 웃음을 증폭시켰다. 개그맨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돋보이는 <욕>이었다.
2011년 9월 30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