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 보는 ‘수아’의 감각을 표현한 <블라인드>의 연출은 인상적이다. 클로즈업 화면과 빛을 활용해 대상을 실루엣으로만 연출한 이미지들은, 시각장애인이 매순간 느끼는 낯선 대상에 대한 두려움(혹은 공포)과 평상시 쏟는 에너지를 짐작하게끔 한다. 또한, 영화는 감성스릴러라는 새 장르를 개척해 사건 안에서 시각장애란 소재를 살리고 감성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대표적인 예로, 극 후반 범인에 맞서는 ‘수아’가 물 묻힌 드라이버를 코드에 꽂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일부러 실내 정전을 유도하는 이 씬은 ‘어둠 속에선 시각장애인이 더 강하다’는, 그러니까 ‘시각장애인을 연민의 시선이 아닌, 주체적 인간으로 봐 달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심도 있는 드라마, 시각장애인의 주체성을 그린다는 점에서 <블라인드>는 <어둠 속의 댄서> <블랙>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블라인드>는 스릴러라는 장르를 선택, 사건 해결의 주인공으로 시각장애인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한다.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이 예민하게 발달한 시각장애인의 진술과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주장하는 일반인의 진술이 엇갈리는 극 초반의 장면이 대표적이다. 제각기 진실을 토로하는 ‘수아’와 ‘기섭’의 진술은, 영화 속 갈등을 빚는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2011년 8월 10일 수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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