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직장 하나 없는 가난한 싱글맘인 바부는 어른으로 성장했지만 어른다운 성숙한 일상을 꾸리지 못하는 여인이다. <코파카바나>는 어쩌면 한 여인의 삶을 비추는 성장드라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인물을 고난의 린치로 몰아가며 성장을 강요하거나 그런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인물의 일상적인 변화를 쫓으며 사건들에 주목하지만 그 사건들은 인물의 심리를 쉽사리 바꾸지 못한다. 바부가 꿈꾸는 여유로운 이상향 코파카바나처럼 이 영화는 쉽게 꺾이는 인물의 의지와 심리적 변화를 삶의 성찰로 연계시키는 여느 성장드라마들과 달리 스스로의 방식으로서 삶을 돌파해나가는 한 여인의 낙관을 지지한다. 물론 이는 무책임한 방관이 아니다.
자신의 방식으로 삶의 돌파구를 찾아나가던 여인이 역시 스스로 선택한 자선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드라마틱한 아이러니를 깨닫게 만든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낙관으로 삶에 올인하는 그녀가 이를 통해 삶을 역전시키는 과정은 다소 극화된 아이러니이지만 되레 통쾌하다. 완전한 기회를 쥔 상태에서도 자신의 삶을 안전하게 꾸릴 줄 모르는 여인의 삶을 지켜본다는 건 아슬아슬한 일이지만 영화는 그녀의 선의를 관객에게 노출시킴으로써, 그리고 그 진심을 성의껏 관찰함으로써 그녀의 삶을 응원하게 만든다. 또한 그녀가 겪어나가는 삶의 아이러니를 매끄러운 서사에 녹여냄으로써 거부감 없는 감상을 이끌어낸다.
무엇보다도 이런 감상을 가능케 만드는 건 바부를 연기하는 이자벨 위페르다. 다소 과장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적절한 여유를 안고 극을 걸어나가는 그녀는 때때로 나이를 잊은 듯 발랄하면서도 오랜 경험에 기반한 관록이 무엇인가를 증명하듯 바부를 연기한다. 냉정과 격정 사이에서 감정적인 기복이 큰 캐릭터를 연기해온 누벨바그 여신 이자르 위페르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만들지만 씩씩하고 낙천적으로 삶 위로 부유하듯 살아가는 여인을 연기해내는 <코파카바나>에서의 그녀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이자벨 위페르의 존재감은 <코파카바나>를 완성하는 이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자벨 위페르의 관록은, <코파카바나>의 낙관은, 정처 없는 삶에 작은 위로를 얹는다. 케세라세라, 어떤 식으로든 삶은 그리 향하기 마련이다. 당신의 꿈이 오롯이 놓여 있는 그곳으로.
2011년 5월 26일 목요일 | 글_민용준 beyond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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