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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우연한 기회에 주성치 메니지먼트를 한다는 사람을 만났다
소친친 | 2001년 9월 11일 화요일 | 허리케인 박 이메일

2년 전 우연한 기회에 주성치 메지지먼트를 한다는 사람을 만났다. 부모 중 한분은 중국사람, 한분은 독일사람 이란다. 독일계 중국인이건 중국계 독일인이건 이국적으로 생긴건 마찬가지고 거기에 훤칠한 키, 까무잡잡한 피부, 갈색 선글라스와 가죽바지가 잘 어울리는 호남형 남자였다. 같이 있던 친구는 부산영화제에서 한 몫 하던 놈이었고 또 하나는 헐리웃에서 특수분장을 하다가 온 여자친구, 둘 다 미국생활을 오래한 덕으로 그 남자와 영어로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고, 한국생활만 오래 한 나로서는 듣는다기 보다는 그저 말하는걸 구경하는 쪽에 가까웠다. 가끔 귀에 익은 단어가 나오면 다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었고, 그냥 다들 웃으면 덩달아 오버하며 웃어주는 예의도 지키는 중간에 좀 심각한 얘기가 나왔다. 홍콩 영화의 대부분은 '두시간 동안의 재미있는 휴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극장에 들어가 실컷 웃다가 혹은 신나게 쌈질하는거 구경하다가 훌훌 털어버리고 나오면 가장 좋은 것 아니냐, 무엇보다 재미있는게 좋은 영화 아니냐, 홍콩은 그런 식의 영화를 만든다.....

홍콩에서 온 손님이 돌아가고 조용했던 주성치가 <소림족구>로 다시 박스오피스 정상에 등극했을 즈음에 <소친친> 영화를 봤다. 그저그런 홍콩 영화려니, 맘에 안들면 모자란 잠이나 자야지... 좀 싸가지 없는 생각을 가지고 극장에 들어섰다가 오히려 머리가 가뿐해져서 극장을 나섰다. 그 사람이 얘기했던 '영화 보는 재미'가 이런걸까. 일상에서 나오는 소소한 재미에 드라마와 긴장을 양념처럼 뿌리고 때로는 관객의 예측에 맞춰가다가 가끔은 그것을 살짝 비껴가는 솜씨가 그간 재미와 멀어졌던 홍콩영화의 감칠맛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한게 조금 아쉽다. 그렇게 될 줄 알았지만, 그렇게 되길 바랬지만 막상 그렇게 끝나고나니 허전한 마음이 든다.

영화는 <월경>이라는 칼럼을 쓰는 당찬 여성 칼럼리스트 루나 오(진혜림)와 을 진행하는 최고 인기 DJ 쯩영(곽부성)간의 性的 자존심 싸움이자 사랑싸움이다. 사랑을 기억하는 여자 루나 오와 사랑에 서툰 남자 쯩영은 각각 자신의 매체를 공격 무기로 삼아 상대를 비난하고 비하하고 비판하면서 개인의 싸움을 공론화 시킨다. 많은 여자들이 그녀를 지지하고 그만큼의 남자들이 그의 발언을 옹호한다. 이것을 열독률과 시청률 상승의 호재로 삼는 매스컴의 생리 또한 집요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 보다 홍콩 최고의 미술감독이라는 해중문 감독의 '그림'이 무엇보다 와닿는다. 색깔은 보지 못하고 때깔만 볼 줄 아는 우매한 필자의 눈에 그렇게 보였으니 그 부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품의 배치나 색감, 거리 하나를 잡아도 남다른 안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감상포인트 하나. 또하나는 진혜림의 표정연기다. 과장된 표정, 연극적인 제스쳐를 많이 보였던 홍콩배우들과 다르게 그녀의 몸짓이나 표정은 영화를 보고서도 오래 남는다. 진혜림이 그런 엽기적인 표정까지 지을 줄 몰랐지만. <친니친니>를 통해 진혜림과 호흡을 맞춘 곽부성의 웃는 모습도 주목할만하다. 비웃음, 시니컬한 웃음, 기쁜 웃음 등 연기력이 늘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다른 감상 포인트는 LP를 드라마의 중심으로 끌고간 만큼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La vie en rose(Edith Piaf)를 비롯한 여러 음악들은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연 엽기커플의 알콩달콩 사랑 얘기다. 그들이 다투는 것이 현실이라면 곽부성과 진혜림이 싸우는 것은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가을, 가뿐하게 재미있는 영화 한편을 봐도 좋겠다.

3 )
ejin4rang
너무너무 기대   
2008-10-16 17:07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6:10
kangwondo77
2년전 우연한 기회에 주성치 메니지먼트를 한다는 사람을 만났다   
2007-04-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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