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우연한 기회에 주성치 메지지먼트를 한다는 사람을 만났다. 부모 중 한분은 중국사람, 한분은 독일사람 이란다. 독일계 중국인이건 중국계 독일인이건 이국적으로 생긴건 마찬가지고 거기에 훤칠한 키, 까무잡잡한 피부, 갈색 선글라스와 가죽바지가 잘 어울리는 호남형 남자였다. 같이 있던 친구는 부산영화제에서 한 몫 하던 놈이었고 또 하나는 헐리웃에서 특수분장을 하다가 온 여자친구, 둘 다 미국생활을 오래한 덕으로 그 남자와 영어로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고, 한국생활만 오래 한 나로서는 듣는다기 보다는 그저 말하는걸 구경하는 쪽에 가까웠다. 가끔 귀에 익은 단어가 나오면 다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었고, 그냥 다들 웃으면 덩달아 오버하며 웃어주는 예의도 지키는 중간에 좀 심각한 얘기가 나왔다. 홍콩 영화의 대부분은 '두시간 동안의 재미있는 휴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극장에 들어가 실컷 웃다가 혹은 신나게 쌈질하는거 구경하다가 훌훌 털어버리고 나오면 가장 좋은 것 아니냐, 무엇보다 재미있는게 좋은 영화 아니냐, 홍콩은 그런 식의 영화를 만든다.....
홍콩에서 온 손님이 돌아가고 조용했던 주성치가 <소림족구>로 다시 박스오피스 정상에 등극했을 즈음에 <소친친> 영화를 봤다. 그저그런 홍콩 영화려니, 맘에 안들면 모자란 잠이나 자야지... 좀 싸가지 없는 생각을 가지고 극장에 들어섰다가 오히려 머리가 가뿐해져서 극장을 나섰다. 그 사람이 얘기했던 '영화 보는 재미'가 이런걸까. 일상에서 나오는 소소한 재미에 드라마와 긴장을 양념처럼 뿌리고 때로는 관객의 예측에 맞춰가다가 가끔은 그것을 살짝 비껴가는 솜씨가 그간 재미와 멀어졌던 홍콩영화의 감칠맛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한게 조금 아쉽다. 그렇게 될 줄 알았지만, 그렇게 되길 바랬지만 막상 그렇게 끝나고나니 허전한 마음이 든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가을, 가뿐하게 재미있는 영화 한편을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