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엄마의 죽음과 의붓아버지의 성적 학대를 못 견디다 실수로 여동생을 죽인 베이비돌(에밀리 브라우닝). 정신병원에 감금된 그는 잔혹한 현실을 잊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정신병원은 곧 유희를 파는 카바레로 변하고, 그는 이곳에서 자유를 저당 잡힌 스위트 피(이비 코니쉬), 로켓(지나 말론), 블론디(바네사 허진스), 엠버(제이미 정)와 함께 댄서가 된다. 어느 날 베이비 돌은 다섯 개의 아이템을 찾으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현인의 말을 듣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위험을 무릅쓴 모험을 시작한다.
일단 영화는 (화려한 영상미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녀들은 현실의 반대편에 있는 상상의 공간에서 자신보다 거대한 상대를 단칼에 베고, 총을 난사하며 적을 섬멸한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한 시공간에서 이들은 게임 속 캐릭터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베이비 돌이 거대한 사무라이 전사들과 벌이는 장면을 비롯해, 상상의 적들과 벌이는 소녀들의 액션은 슬로우 모션이 적절히 배합되며 잭 스나이더 표 영화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근육질 몸매로 여성 관객들의 얼굴에 화색을 돌게 했던 <300>의 스파르타 군처럼,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옷으로 격한 액션을 펼치는 소녀들은 남성 관객들의 환호성이 들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여기에 메탈 음악이 더해져 액션의 흥겨움이 더한다.
하지만 새로움은 덜하다. 각각의 아이템을 찾는 모험을 통해 구현된 다양한 액션은 전작들이 보여줬던 비주얼의 울타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격투 장면은 <300>, 용과의 공중전은 3D 입체 애니메이션 <가디언의 전설>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쾌감은 있지만 신선함이 떨어져 그 수명이 길지 않다. 또한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되는)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고 모든 결정은 스스로 한다”식의 교과서적인 메시지는 철학적 물음이 서려있었던 <왓치맨>에 비해 그 무게감이 떨어진다. 결국 감독은 영상의 진보와 진중한 메시지 전달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터닝 포인트를 제대로 찍지 못한다.
2011년 4월 7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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