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시마 테츠야의 <고백>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다섯 인물의 시점을 통해 사건의 양상을 중계하며 결말부를 제외하면 내러티브의 흐름 또한 동일하다. 하지만 유려한 이미지와 이펙트가 강한 락 넘버로 치장된 영화는 건조한 톤의 문체로 일관된 원작과 다른 범위의 감상적 접근을 유도한다. 영화는 보다 인위적인 연출적 과장이 두드러지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미끈하게 정돈된 이미지가 유려하게 흐르는 <고백>의 영상은 유코의 입을 통해 들려지는 진실에 다다라 비로소 그것이 이 영화의 분위기와 이질적인 포장에 가까운 결과물이자 위장에 가까운 고의적 연출이라는 진실에 접근한다.
활기찬 교실의 풍경 밑바닥에 끔찍한 진실이 침전돼 있다는 사실은 곧 그 교실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병리적 현상으로 이어지고, 그 모든 과정은 세련된 영상으로 포장된다. 이는 일종의 위장이다. 진실을 폭탄처럼 안고 있는 아이들은 그 불안감 속에 스스로 잠식되고 도피하듯 공격성을 발휘하다 이내 쉽게 폭발의 위협에 꺾이고 만다. 이는 개인주의의 확산과 극단적인 무관심, 공격적인 보호 본능과 충동적인 공격성 등, 다양한 병리 현상을 겪고 있는 현대 일본 사회의 평온한 외형에 대한 은유적인 진단에 가깝다. 관심의 결여가 만들어낸 작은 괴물들이 자라서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고 삶을 유린한 뒤, 사회 전체에 거대한 해악의 룰을 완성한다. <고백>은 이 모든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을 한 학급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압축하고 확대해나간다. 그리고 그 끔찍한 충격의 강도를 놀랍도록 생생한 현실감으로 구현해낸다.
종종 인위적으로 조장된 위악적인 영상이 감상의 흐름을 막아서는 경우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 냉소적인 영화는 결국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말해도 좋은 결과물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부조리의 지옥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 기준조차 깨닫지 못한 악마로 길들여지고, 또 다른 지옥을 함께 만들어간다. <고백>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어느 누구라도 쉽게 지나칠 수 없을, 동시에 결코 낯설지 않은, 소름 끼치는 경고이자 진단이다. 당신의 아이는 안전한가? 그 전에 당신은 안전한 사람인가? 스스로 장담할 수 있는가? 괴물은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그 괴물은 결국 당신의 무관심까지 집어삼킬 게다.
2011년 4월 1일 금요일 | 글_민용준 beyond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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