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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오락성 7 작품성 8)
고백 | 2011년 4월 1일 금요일 | 민용준 이메일

미나토 가나에의 추리소설 <고백>은 아이를 잃게 된 미혼모 선생 유코가 학생들이 모인 교실의 종업식 자리에서 밝히는 충격적 고백을 통해 시작되는 이야기다. 독백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일인칭 시점의 서술로 일관되는 소설의 구어체는 유코의 시점에서 출발해서 그녀의 고백 속 사건과 관련된 세 명의 학생과 한 명의 학부모의 시점을 갈아탄 뒤, 다시 유코의 시점으로 갈무리된다. 충격적인 진실을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해 비교적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는 소설의 화법은 사건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이전에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해부하도록 유도한다. 동시에 단지 교훈적인 메시지에 접근하기 보다는 복수극이라는 장르적 목적에 충실한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나카시마 테츠야의 <고백>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다섯 인물의 시점을 통해 사건의 양상을 중계하며 결말부를 제외하면 내러티브의 흐름 또한 동일하다. 하지만 유려한 이미지와 이펙트가 강한 락 넘버로 치장된 영화는 건조한 톤의 문체로 일관된 원작과 다른 범위의 감상적 접근을 유도한다. 영화는 보다 인위적인 연출적 과장이 두드러지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미끈하게 정돈된 이미지가 유려하게 흐르는 <고백>의 영상은 유코의 입을 통해 들려지는 진실에 다다라 비로소 그것이 이 영화의 분위기와 이질적인 포장에 가까운 결과물이자 위장에 가까운 고의적 연출이라는 진실에 접근한다.

활기찬 교실의 풍경 밑바닥에 끔찍한 진실이 침전돼 있다는 사실은 곧 그 교실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병리적 현상으로 이어지고, 그 모든 과정은 세련된 영상으로 포장된다. 이는 일종의 위장이다. 진실을 폭탄처럼 안고 있는 아이들은 그 불안감 속에 스스로 잠식되고 도피하듯 공격성을 발휘하다 이내 쉽게 폭발의 위협에 꺾이고 만다. 이는 개인주의의 확산과 극단적인 무관심, 공격적인 보호 본능과 충동적인 공격성 등, 다양한 병리 현상을 겪고 있는 현대 일본 사회의 평온한 외형에 대한 은유적인 진단에 가깝다. 관심의 결여가 만들어낸 작은 괴물들이 자라서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고 삶을 유린한 뒤, 사회 전체에 거대한 해악의 룰을 완성한다. <고백>은 이 모든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을 한 학급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압축하고 확대해나간다. 그리고 그 끔찍한 충격의 강도를 놀랍도록 생생한 현실감으로 구현해낸다.

종종 인위적으로 조장된 위악적인 영상이 감상의 흐름을 막아서는 경우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 냉소적인 영화는 결국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말해도 좋은 결과물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부조리의 지옥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 기준조차 깨닫지 못한 악마로 길들여지고, 또 다른 지옥을 함께 만들어간다. <고백>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어느 누구라도 쉽게 지나칠 수 없을, 동시에 결코 낯설지 않은, 소름 끼치는 경고이자 진단이다. 당신의 아이는 안전한가? 그 전에 당신은 안전한 사람인가? 스스로 장담할 수 있는가? 괴물은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그 괴물은 결국 당신의 무관심까지 집어삼킬 게다.

2011년 4월 1일 금요일 | 글_민용준 beyond 기자(무비스트)    




-거짓말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던 나카시마 테츠야, 유려한 이미지로 현실을 꿰뚫다.
-일본 국민 배우 마츠 다카코의 성숙함, 그리고 일본 영화계의 미래를 이끌 다채로운 재능들.
-담담하고 냉소적인 원작을 읽는데 급급하지 않고, 영화만의 이미지와 사운드로 승화시켰다.
-가까운 이웃이 진단한 사회 병리적 현상,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잠재적 진실.
-아이들 교육 잘 시키기 전에 어른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것.
-기분이 찝찝해지거나 마음 속에 불길함이 얹힌 기분에서 애써 달아나고 싶다면.
-그래도 원작보다는 아쉽다는 기분.
-과도한 인위적 연출은 종종 거슬리는 측면이 있다.
4 )
dkstjdtn123
진짜 최고의 영화였다 ㅠㅠ
굉장했던 영화 ㅠㅠ 블랙스완과 투톱으로 올 해 최강의 스릴러였삼ㅠㅠ   
2011-05-21 11:59
babypink86
영화가 끝난뒤에 뭔가 여운이 남는듯..   
2011-04-27 00:49
adew82
원작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영화도 정말 좋았어요. 무겁고 어둡지만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준 영화였어요.   
2011-04-07 08:41
doojinmk2
감독 이름값을 하고도 남을 영화죠.
물론 너무나 좋은 원작이 있기에 가능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영화이기에 가능했던 표현도 굉장히 훌륭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옥같던 일본영화계에 빛나는 태양같은 작품이죠.   
2011-04-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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