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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 | 2011년 2월 15일 화요일 | 최승우 이메일

북극 아래 첫 땅, 1년의 반 이상은 영하 60도 안팎의 겨울이고, 여름에는 세계에서 모기가 가장 많은 지역, 시베리아 북서쪽의 야말반도 툰드라에서 순록을 키우며 사는 유목민 네네츠 사람들. <최후의 툰드라>에 대해서 그리 긴 설명은 필요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지난해 11월 방영됐던 동명의 4부작 다큐멘터리를 100분짜리 극장판으로 압축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용에 있어서는 TV 방영분과 큰 차이가 없다. 장경수 감독은 TV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장면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 이미 공개됐던 장면을 재편집할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후자를 택했다고 한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극장판에서는 네네츠 사람들의 일상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졌다는 점이다.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높다.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밸런스를 잘 맞추어 전개된다. 툰드라의 아름다운 사계절이 파노라마처럼 매끄럽게 소개되고, 그것이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모습은 영화화를 통해 얻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이라는 획기적인 시도를 통해 공중에서 촬영한 툰드라의 풍경, 그중에서도 특히 한 해 동안 몇 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네네츠 유목민들의 행렬, 모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몇 천 마리의 순록이 한데 모여 원을 그리며 도는 모습 등은 어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장엄하고 경이로운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두 장면을 꼽아본다. 먼저 꼴랴와 그리샤 형제가 이웃 청년들에게 물고기 몇 마리를 얻는 장면. 사실 예닐곱 살짜리 아이들에게는 너무 크고 무거운 물고기다. 그러나 꼴랴는 나뭇가지로 물고기의 아가미를 꿰는 등 갖은 방법을 궁리한 끝에, 결국 2킬로미터 떨어진 천막까지 물고기를 모두 가져가고야 마는 근성을 보인다. 대자연에서 뛰어놀며 배우고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강인한지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꼴랴와 그리샤 형제가 헬리콥터를 타고 도시로 가는 장면. 네네츠 아이들 역시 6살부터 16살까지 러시아식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처음으로 학교라는 곳에 온 그리샤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워서 기숙사 방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이 장면은 보는 사람을 적지 않게 불편하게 한다. 그리고 영화는 꼴랴와 그리샤 형제의 입학식 장면으로 끝난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자신의 시선을 개입시키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이는 감독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다큐멘터리를 영화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희생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편의 영화로서 본다면 이런 결말은 생각해볼 만한 여운을 남긴다. 네네츠 아이들에게 현대식 교육을 시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윤영배라는 뮤지션이 공연 때 <최후의 툰드라>에 대한 의미심장한 감상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요약하자면 ‘때로는 교육이라는 것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우리의 삶을 오히려 제한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앞에서 언급한 <최후의 툰드라>의 두 장면, 불편함과 여운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2011년 2월 15일 화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당신은 툰드라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극장판은 극장판이다. TV 방영분과 같으면서도 다른 색다른 재미가 분명히 있다.
-이미 TV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굳이 또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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