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달리다] 일본의 치부를 콕콕 찌르는 블랙코미디 한판
'개'가 달린다! 달려~~ 오홋, 여기서 '개'는 뭐지? '개'가 정말 '개(犬)'일까? 아니면 혹시… 그 '개(XX)'???
제목부터가 ' 개'가 '달리다'라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봐서 이 감독 예사 감독이 아닌 듯 싶다. [개달리다]의 최양일 감독은 94년 2월 북한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재일교포 2세 출신으로 삼류 인생의 주인공들을 내세워 사회를 들추어내기로 유명하다.
신주쿠 경찰서 형사인 '나카야마(키시타니 고로)'는 형사이긴 하나 마약, 강간, 공갈, 협박에 때론 조폭과도 손잡고 일하는 부패한 형사다. 한국인 정보원 히데요시는 본분 보다는 잔머리를 굴리며 돈줄을 차기 위해 혈안이 된 인물. 그리고 창녀인 모모는 매춘은 본업(?)이고, 암달러상, 밀입국 알선, 비밀도박장을 부업으로 하고 있다.
[개달리다]에는 서로 속고 속이며,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며 살아가는 주인공들 뒤편으로 일본의 썩은 밑바닥이 드러난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마약, 매춘, 폭력, 사기, 도박, 밀고의 실태가 고스라니 담겨져 있다. 감독은 사전조사와 신주쿠 가부키쵸 로케를 통해 그것들을 화면 위에 생생하게 옮겨다 놓았다.
경찰에 꼬발리다 조폭에게 들켜서 도망치는 히데요시, 자기 몰래 뒷통수를 친 히데요시를 따라 달리는 나카야마와 경찰들. 그들은 정신 없이 신주쿠 도로 한 복판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개'처럼 헥헥 거리며 계속해서 달리는 걔들을 보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감독은 타락한 삼류 인생에 아둥바둥하는 그들의 모습을 무겁지 않게 잘 끌고 갔다.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기로 소문난 최양일 감독의 [개달리다]는 웃고 나선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영화다. 감독은 나쁜 짓을 한 주인공들을 절대 나무라거나 비웃지 않는다. 밑바닥 삼류 인생과 또 다른 삼류 인생인 우리의 모습을 잠시 비교하게끔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