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두 아이, 한 아이는 부유한 집안에서 바른 교육을 받으며 히어로 메트로맨(브래드 피트)이 되고, 다른 아이는 교도소에 떨어져 남다른(?) 교육을 받으며 안티히어로 메가마인드(윌 페럴)가 된다. 메트로맨은 항상 사람들의 환영을 받지만, 메가마인드는 항상 그 반대다. 하지만 어느 날, 메가마인드의 일격에 메트로맨이 패배하고, 도시가 메가마인드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근데 이제부터가 문제다. 싸울 상대가 없어진 메가마인드의 일상은 심심하기만 하다. 결국 타잇탄(조나 힐)에게 수퍼에너지를 주고 자신을 상대할 새로운 히어로로 만들지만, 이 녀석 역시 메가마인드급의 안티히어로로 거듭난다. 하지만 두 명의 안티히어로는 있을 수 없는 법! 메가마인드는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드림웍스의 <메가마인드>는 <슈렉>이 그러했듯, <쿵푸팬더>가 그러했듯, 기존의 가치관을 뒤집는 작품이다. 히어로와 안티히어로의 대결을 그리고 있지만, 우리가 늘 열광하던 히어로가 아닌 그 반대편에 서있는 안티히어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도시를 위험에 빠뜨리고, 히어로의 여자친구를 납치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메가마인드의 악행은 딱 메트로맨이 등장할 때까지만이다. 메가마인드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악행을 행하다가도 메트로맨이 등장하면 “언젠간 이기고 말테야”를 외치며 퇴장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히어로 영화의 기본 룰이라는 것을. 하지만 메트로맨이 사라진 세상에서 악행은 의미가 없어졌다. 자신을 막아설 사람이 없자 악행에 대한 흥미마저 잃어버렸다.
<메가마인드>의 발상 자체는 상당히 독특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인공이 악당을 이기는 것에만 신경썼지, 누구 하나 악당의 입장을 고려한 적이 없었다. 간혹 매혹적인 악당이 등장해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그들의 속내까지 이해하려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드림웍스는 특유의 비틀기 정신으로 이러한 전형성을 뒤집었다. 비록 천성이 착한 메가마인드가 결국은 히어로가 된다는 예상되는 결말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색다른 시선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부분에서 취향을 좀 탄다. 기존의 가치를 뒤집고, 패러디하고, 비틀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치를 인지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하여 아이들 관객보다는 어른 관객에게 더 유쾌함을 준다. 웃음의 코드에서도 슬랩스틱보다는 성인 취향의 말장난이 많고, 기존의 의미와 상황을 반전시켜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의 높은 이해도를 요구한다. 캐릭터 역시 그렇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호감을 느낄만한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재미는 외형적인 요소보다 의도된 전형성을 얼마나 잘 따르느냐에서 맞춰지는데, 이 역시 선과 악의 단순함보다는 사회적, 심리적인 요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부분이다.
3D로 구현된 입체영상은 역시 발군이다. 2010년 최고의 3D 입체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를 만든 회사답게 이번에도 영상에서는 두드러진 특징들을 많이 보여준다. 캐릭터만 등장하는 일상적인 장면에서는 부드러운 입체감을 보여주지만, 하늘을 나는 장면이나 대결 장면 등 액션이 강조된 부분에서는 입체감과 공간감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인 물리적인 한계를 벗어나는 앵글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영상의 완성도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요즘 추세이기도 한 3D 입체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입체 크레딧은 <메가마인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1월 7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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