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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죽는 순간까지 ing… (오락성 6 작품성 6)
러블리, 스틸 | 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영화나 드라마에는 풋풋한 첫사랑이 넘쳐난다. 청춘 남녀의 삼각관계도 자주 목격된다. 중년의 불륜 또한 흔하게 발견되는 레퍼토리다. 그러나 노년의 사랑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 사랑과는 멀어지는 것일까. “정으로 사네”, “자식 때문에 사네”하는 넋두리가 아닌, 가슴 떨리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무릇 익어가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놀랍게도 이 물음에 해답을 제시하는 건, (고작)스물 세 살의 신예 감독 니콜라스 패클러다.

백발노인 로버트(마틴 랜도)는 이른 아침, 옷장 앞에서 어느 옷을 입을까 고민이다. 이웃집 여인 메리(엘렌 버스틴)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터와 집을 반복하며 무료하게 살던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동료들에게 전수받은 데이트 노하우를 떠올리며 수줍어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사춘기 소년이다. 드디어 다가온 떨리는 첫 데이트. 설렘은 곧 사랑으로 바뀌고, 로버트의 메마른 삶에도 온기가 채워진다. 하지만, 행복 속에서 문뜩 문뜩 떠오르는 이상한 환영과 악몽이 로버트를 괴롭힌다. 로버트에겐, 그리고 메리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스물 세 살의 감독이 황혼 연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확고하다. “사랑 앞에 나이는 없다!” 니콜라스 패클러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노년의 사랑을 굳이 파헤치려 하기보다, 자기 식의 사랑에 인물 들을 얹는 방법을 선택한다. 키스는 할까 말까, 전화는 왜 안 올까, 상대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등 그들의 사랑은 요즘 세대의 사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엔 회화와 설치미술에도 소질이 있는 감독의 장기가 큰 몫을 한다. 두 남녀가 키스를 하는 순간, 주변 건물의 조명들이 일제히 빛을 뿜어내는 게 그 예인데 이러한 동화적인 접근은 노년의 사랑을 보다 감성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구실을 한다.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를 위해 심어 둔 건, 마지막 반전이다. 눈치 빠른 관객마저 속일 정도의 강력한 반전은 아니지만, 익숙한 소재를 반전으로 활용하는 시도는 높이 살만하다.

감독의 연출에 패기가 있다면, 두 배우의 연기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할리우드에서 관록파 배우로 통하는 마틴 랜도와 엘렌 버스틴은 국내 관객들에게는 그리 익숙한 배우는 아니다. 그나마 엘렌 버스터는 <제5전선>(<미션 임파서블> 원작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엘렌 버스틴은 <엑소시스트>의 출연 배우로 기억을 끄집어 낼 정도다. 그런 면에서 <러블리, 스틸>은 두 배우의 진가를 모르는 이들에게 뒤늦은 발견의 묘(妙)를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감독은 이들의 움푹 파인 얼굴 주름을 여러 차례 클로즈업 한다. 상대의 손을 쓸어주는 거친 손도 여러 번 응시한다. 단순한 주름일 뿐인데, 투박한 손일뿐인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름과 주름사이에서, 그리고 거친 손에서 애잔함이 느껴지는 건, 두 배우의 연기 공력이다. 영화의 호흡이 느리게 느껴지는 관객이라도, 마틴 랜도와 엘렌 버스틴의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기대이상의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컴퓨터를 켠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감독 니콜라스 패클러를 검색한다. 오~ 쾌남!
-스물셋의 감독이 바라본, 여전히 사랑스러운 노년의 사랑
-관록의 배우 마틴 랜도, 엘렌 버스틴의 연기 감상
-반전은 좋은데, 반전의 마무리는 조금 약한다
-배우 캐스팅만 놓고 보면, 땡기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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