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과 클라라는 평생을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클라라의 아버지는 제자 슈만과 딸의 결혼을 반대했다. 사랑을 지키고자, 슈만과 클라라는 6년간의 법적 투쟁도 불사한다. 이러한 두 사람의 사랑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클라라>는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이 아닌, 슈만이 세상을 등지기 몇 년 전부터의 시간을 담는다. 이 시간 속에는 브람스의 등장도 있다. 영화는 슈만의 제자이자 평생 클라라만을 바라봤던 브람스를 불러들여 세기의 사랑에 조금 더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가미한다.
다섯 자녀들과 함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슈만(파스칼 그레고리)과 클라라(마르티나 게덱). 클라라는 뒤셀도르프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슈만을 도우며 아내로서, 음악적 동지로서 자신의 맡은바 임무를 훌륭히 소화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재능 있는 음악가 브람스(말릭 지디)가 자신의 악보를 들고 슈만과 클라라를 찾아오고, 브람스의 재능을 알아 본 슈만이 그에게 집에 함께 머무를 것은 제안한다. 그리고 브람스가 이를 받아들이며 세 사람은 한집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슈만이 브람스와 클라라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급기야 슈만이 정서적인 불안과 정신병적인 발작을 일으키면서 갈등은 깊어진다.
“젊었을 때는 남편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감췄고 후에는 생계를 위해 쉬지 않고 연주해야 했던 여인 클라라가 느꼈을 수많은 갈등에 주목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클라라>는 그 자신도 촉망받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약이 많았던 클라라의 내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하지만 클라라의 삶이 그렇듯,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표현을 적극적으로 내보이지는 않는다. 폭풍 같은 뜨거운 사랑을 기대했다면, 영화가 그 기대를 배반할 거란 소리다. 하지만 뻔할 수 있는 삼각관계를 담백하게 관조하며 풀어 낸 이것이, <클라라> 최고의 장점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마르티나 게덱이 <타인의 삶>에 이어 또 한번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다, 천재 작곡가에서 정신병으로 피폐해져가는 슈만을 연기한 파스칼 그레고리의 섬세함도 돋보인다. 브람스 역의 말릭 지디에 대해서는 연기보다 캐릭터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올 듯하다. 이 영화의 감독 헬마 샌더스 브람스는 브람스의 후손이다. 그래서 일까. 감독은 브람스를 ‘고뇌하는 예술가’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그렸다. 특히 영화 마지막 클라라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는 장면에선, 브람스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깊게 느껴진다.
2010년 12월 13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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