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네마 소년>이란 제목만 들으면 바로 유명한 보사노바 곡인 ‘The Girl From Ipanema(이파네마에서 온 소녀)’가 떠오른다. 브라질에 있는 해변 이름인 이파네마가 들어간 제목은 영화의 주 무대인 해변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한다. 허나 그 공통점 말고도 영화의 제목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극중 등장하는 해변과 이파네마 해변은 그 위치부터 다르다. 마치 영화에서 소년은 한 사람이지만 해변을 같이 거닐던 여자 친구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소년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첫사랑의 아픔을 이기지 못한채 두 번째 사랑이 찾아온 소년. 사랑이란 명제는 같지만 그 감정 자체에는 차이가 있다.
영화는 데칼코마니처럼, 서로 닮은 듯한 소년의 과거와 현재의 사랑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느끼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소년과 소녀(얼굴만 같다)의 모습은 같지만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이 다르다. 더불어 소년이 과거의 연인과 사랑을 나눴던 삿포로의 공간과 현재 사랑을 만들어가는 부산이라는 공간도 다르다. 동일 인물이지만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사랑은 분명 동일하지 않다. 과거의 사랑이 오래된 연인들에게 느껴지는 편안함이라면, 현재의 사랑은 설렘 그 자체다. 이런 느낌은 극중 대사가 아닌 인물들의 행동에서 나타난다. 좋아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손 한 번 잡는 것도 머뭇머뭇 거리는 모습은 두근거리는 사랑의 감정을 드러낸다. 특히 말없이 해변가에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은 이를 잘 보여준다.
영화의 두 주인공 이수혁과 김민지의 신선한 모습은 극중 풋풋한 사랑의 느낌을 잘 전달한다. 무뚝뚝하고, 가끔은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수혁과 그런 그를 좋아하는 김민지의 모습은 점점 사랑에 빠지는 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김민지는 소년이 사랑했던 과거의 소녀와 현재의 소녀를 모두 연기한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연인으로 나오는 두 배우는 부산에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순간을 그리는 동시에 삿포로에서 이별을 준비하는 연인의 모습도 표현한다.
<이파네마 소년>은 대사가 아닌 인물들의 행동이나 감성적인 면이 영화의 원동력이지만, 이로 인해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대사보다 인물과 공간이 주는 느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은 다른 영화와의 차별점이다. 그러나 대사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받아들일 수 있다. 모델 출신인 이수혁의 초콜릿 복근이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겠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건너뛰는 찜찜한 느낌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2010년 10월 29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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