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7월 28일은 중국인들에게 비극으로 기억되는 날이다. 이 날 중국 당산을 흔든 대지진은 27만의 아들과 딸, 부모를 그들로부터 앗아갔다. 그 속에 엄마 리웨엔니(쉬판)가 있다. 그녀는 방금 지진으로 남편을 잃었다. 다행히 쌍둥이 자녀 팡떵(장징추)과 팡다(리천)는 살아있다. 하지만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에 둘 다 깔려 있다. 목숨이 위태롭다. 빨리 꺼내지 않으면 아빠 곁으로 갈 게 분명하다. 엄마는 고민해야 한다. 둘 중에 한 명 밖에 살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결국 아들을 선택한다. 그리고 죽은 딸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평생 살아간다. 그런데 엄마가 모르는 게 있다. 딸은 죽지 않았다. 기적처럼 살아나, 잘 사는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새로운 삶은 얻은 딸은 행복할까? 아니다. 자신이 아닌, “팡다를 살려달라”했던 엄마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팡떵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대지진>은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집결호>를 만든 펑 샤오강의 영화다. 이것은 <대지진>을 가늠할 수 있는 키워드다. 펑 샤오강은 <집결호>의 초반,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 인물들을 집어 넣었다. 하지만 정작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쟁 이후, 홀로 살아남은 자의 비극을 통해 발화됐다. <대지진>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눈에 띄는 건 갈리진 땅과 붕괴되는 건물이지만, 마음을 파고드는 건 그 속에서 함께 갈라지고 균열된 한 가족의 상처와 정신적 외상이다. <대지진>이 <집결호>보다 더 나아간 게 있다면, 관객이 느낄 공감의 너비가 확장 됐다는 점이다. 군인이 아닌, 가족이 전면에 나섬으로서 <대지진>은 보다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인간의 감정을 입었다.
<대지진>을 웰 메이드 장편 영화라 확언하기는 어렵다. 가족의 상처와 회복이라는 주제와 그 속에서 강조되는 가족주의 메시지가 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만든 대중영화라는 점에서는 큰 이의가 없다. 그 빤한 이야기를 감동스럽게 요리할 줄 아는 재능이 탁월하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영화는 관객을 울게 할 포인트를 정확히 짚고 있다. 그것이 찔끔 흐르고 마는 눈물이 아닌, 어깨 들썩이게 할 정도의 진한 눈물 이라는 점에서 호소력은 보다 강력하다.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편집의 강약 조절도 성공적이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로, 다시 1990년대와 2000년대로 시간을 과감하게 점프하는 빠른 전개도 지루함을 더는데 일조한다. 당산 대지진이라는 역사적 소재, 배우들의 호연, 통속의 바닥에 지혜롭게 접근하는 연출이 맞물린 덕에, <대지진>은 중국 역대 최고의 흥행 영화로 등극했다.
2010년 10월 29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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