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멀리 떨어진 플래닛 51 행성에는 외계인들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지구인 우주인 척(드웨인 존슨)이 우주선을 타고 플래닛 51에 착륙한다. 근데 하필 착륙지점이 렘(저스틴 롱)의 집 앞마당이다. 우주에 관심이 많은 렘은 외계인(그들은 지구인을 외계인으로 본다)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지구인 우주조종사 척을 만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새로운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72시간 내로 우주선에 되돌아가지 않으면 척은 영영 지구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이에 렘은 니이라(제시카 비엘), 스키프 등의 친구들과 함께 그로울 대령(게리 올드만)과 그의 군대를 피해 척의 탈출을 돕는다.
<플래닛 51>은 정반대의 개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외계인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대부분 외계인이 지구로 오면서 이야기가 벌어졌다.(물론 <스타쉽 트루퍼스> 같은 영화도 있지만) 하지만 <플래닛 51>은 외계인이 사는 행성에 지구인이 간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하여 ‘플래닛 51’이라는 행성에 사는 이들과 지구인 우주인은 서로를 외계인이라고 부르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역발상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진행 방향에서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 외계인이 된 지구인을 돕는 행성의 친구들은 마치 E.T를 도와 그를 고향 별로 돌려보내려고 했던 엘리엇과 친구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영화의 설정은 신선하지만 이야기의 전개 자체가 평이한 것도 이런 이유다. 지구인 척을 안전하게 숨겨 지구로 돌려보내려는 과정은 지구에서 외계인들이 당했던 일련의 사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낯선 지구인을 일방적으로 침략자로 규정하고 군대를 동원하는 지도층의 모습이나 각별한 우정을 나누는 꼬마 친구들은 상당히 낯익은 상황들이다. 빤한 구조를 지니고도 <플래닛 51>이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릴 수 있었던 것은, 각본가 조 스틸먼 덕분이다. <슈렉>의 각본을 쓰기도 했던 조 스틸먼은 <플래닛 51>에서도 각종 패러디를 등장시키며 웃음을 준다. 여러 영화의 명장면을 따오는 것은 물론, 암스트롱의 달 착륙 장면을 자체 슬로우 모션과 웅장한 음악으로 패러디하는 등의 장면도 재미있다. 또한 에일리언 애완견이나 월E를 연상시키는 로봇 역시도 낯익은 재미를 준다.
언론시사는 한글 더빙판으로 진행됐지만, 저스틴 롱, 제시카 비엘, 게리 올드먼, 드웨인 존슨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렘이나 니이라와 같이 행성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낯익은 캐릭터지만, ‘자뻑’ 척이나 ‘폼생폼사’ 그로울 대령과 같은 인물들은 개성 있는 성격으로 웃음을 준다. 한글 더빙판도 나쁘지는 않지만 농담조의 말투와 패러디 등으로 표현되는 미국식 코미디 코드를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실제 언론시사회 현장에 아이들도 있었지만, 어른들의 폭소가 더 많이 터졌다.
<플래닛 51>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기존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보여줬던 유쾌한 농담과 장난기 넘치는 대사들이 시종일관 웃음을 주고, 새로운 친구와의 우정은 감동을 준다. 비록 훈훈한 마무리로 향하는 빤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는 영화다. 다소 아쉬운 점은 몇 군데에 입체효과를 줬어도 좋았을 법한 장면이 보인다는 점. 3D 입체 애니메이션에 너무 길들여진 탓인가, 입체적으로 구현되지 않는 비주얼이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졌다.
2010년 10월 18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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