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영화음악 방송을 진행한 DJ 선영(수애)은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다. 9시 뉴스를 그만두고 심야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선영은 담담하게 마지막 방송을 준비하지만 방송은 시작과 함께 꼬이기 시작한다. 정체불명의 청취자 동수(유지태)로부터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방송을 진행하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은 것. 방송을 멈추어도, 누군가에게 알려도, 자기가 원하는 음악이나 멘트가 나오지 않아도 가족을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선영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방송을 멈추지 않으면서 동수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동수는 선영의 아이를 데리고 마지막 장소로 선영을 유인한다.
<심야의 FM>은 열혈 라디오 청취자 동수가 방송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살인에 빠져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초반부 할리우드의 스릴러 공식을 잘 따라간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흥미롭다. 제한된 공간과 정해진 시간, 인질로 잡힌 가족의 목숨 등 영화는 잠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팽팽한 사건들을 전개시킨다. 특히 반투명 유리창에 비친 동수의 이미지나 복잡한 집 구조를 이용한 동수와 선영의 딸이 벌이는 추격전 등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 이후 모든 긴박감을 놓쳐버린다. 설득력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헐렁한 마무리를 향해 나아가고, 초반에 잘 다져놓은 긴장감 역시 동의하기 어려운 마무리로 일단락되고 만다.
영화의 설정대로라면 2시간의 생방송 시간이 100분의 실제 영화 시간과 거의 같이 흘러가는 구조다. 하지만 리얼타임으로 전개되어야 하는 영화는 실제 시간의 움직임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현실감을 잃는다. 인물의 움직임이나 사건의 전개 등이 많은 편집과 점프 컷 등을 통해 시간을 넘어버린다. 영화음악 방송이라는 전제로 여러 영화의 설정을 가져다 쓴 것은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지만, 변주나 재해석 없이 그 설정을 고스란히 가져다 쓴 탓에 신선함은 없다. 특히 동수는 자신을 <택시 드라이버> 속 캐릭터인 ‘트레비스’라고 생각하는데, 동수의 과거나 그가 하는 일 등이 ‘트레비스’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부연이 없기 때문에 둘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보다 그저 미치광이 살인마로 보일 뿐이다.
살인마를 연기한 유지태나 DJ를 연기한 수애는 모두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실제 라디오 진행을 해도 어울릴 것 같은 수애의 낮은 목소리는 영화에 매력을 더 하고, 다소 전형적으로 표현된 유지태의 모습은 매력적인 악역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인상을 남긴다. 또 극중 말 못하는 수애의 딸의 등장은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주인공을 포함한 전체 인물의 캐릭터가 너무 단순화되어 있다. 특히 중간에 역할이 사라지거나 중간부터 갑자기 나타나는 뜬금없는 캐릭터의 소멸과 등장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심야의 FM>은 좋은 아이디어와 설정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그 힘을 잃어버리고 안타깝게 마무리되는 영화다. 라디오에 대한 추억과 심야의 영화음악 방송에 대한 기억이 있는 세대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긴 하겠지만, 영화를 통한 장치가 세련되지 못하고 단순하게 표현된 점이나 막판에 억지로 맞춰지는 퍼즐은 스릴러 영화의 마무리로는 개운하지 못한 맛이다. 하지만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연출적인 노력만은 높이 살만 하다. 비록 그 효과가 적었다는 건 문제라 하더라도.
2010년 10월 8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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