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되려던 로렌조 다 폰테(로렌조 발두치)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베니스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그의 시적 재능을 알아본 카사노바(토비아스 모레티)의 도움으로 빈에서 정착을 하고 모차르트(리노 지안시알레)와 작업할 기회를 얻는다. 그들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로렌조 다 폰테는 자신의 정신적 스승인 카사노바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이야기인 ‘돈 조반니’를 쓴다. 그 와중에 베니스에서 헤어졌던 아네타(에밀리아 베르히넬리)를 다시 만나게 된 로렌조 다 폰테는 아네타의 순수함에 빠져 사랑을 고백하지만, 다 폰테의 여성 편력을 익히 알고 있던 아네타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돈 조반니’는 바람둥이를 소재로 한 오페라로 당시에도 파격적인 이야기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모차르트 3대 오페라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사람들은 오페라의 탄생 비화에 관해 작가인 로렌조 다 폰테를 연결시키곤 했는데, 영화는 이에 근거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바로 ‘돈 조반니’가 로렌조 다 폰테의 실제 사랑 이야기라는 것. 하지만 이러한 발상은 ‘돈 조반니’에 관해 반복되는 소재이기에 신선한 맛은 없다.
스페인의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과 <마지막 황제> <지옥의 묵시록> 등을 찍었던 거장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트라로가 만들어낸 영화 <돈 조반니>는 여전히 이러한 전제에 발목이 잡혀 있지만, 아름다운 아리아와 화려한 영상 등 이야기 외적인 요소들로 재미를 준다. 이미 <카르멘> <마법사를 사랑하라>와 같은 오페레타 형식의 영화를 작업한 적이 있는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돈 조반니>를 통해서도 스크린으로 즐기는 오페라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다. 다소 식상한 이야기임에도 지루함이 덜한 이유는 영화를 넘어서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인물을 다루고 있기에 캐릭터의 면면 역시 관심이 간다. 화려한 여성 편력을 자랑하는 카사노바와 그에 못지않은 방탕한 생활을 한 로렌조 다 폰테는 바람둥이의 전형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로렌조 다 폰테는 아네타와의 순수한 사랑을 위해 ‘돈 조반니’의 마지막을 바꿔가면서까지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모차르트는 <아마데우스>와 같은 영화에서 설정된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살리에르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천재보다는 여자문제로 고민이 많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돈 조반니>는 이야기를 따라기는 재미보다 귀가 즐거운 영화다. 스크린을 통해 보고 듣는 오페라는 역사적인 인물과 시대적인 배경과 만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우리에게 낯선 배우들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하지만, 식상한 설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쉽고, 오페라가 낯선 관객에게는 특별히 매력적인 요소도 없다.
2010년 10월 11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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