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악당을 꿈꾸는 그루(스티브 카렐)는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등을 훔쳐 악명을 떨치고 싶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벡터(제이슨 시걸)라는 새로운 악당이 나타나 피라미드를 훔쳐 최고 악당 자리에 오르자 그루는 미니언 군단과 힘을 합쳐 달을 훔치기로 한다. 하지만 벡터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악당은행은 대출을 거부하고, 그루는 어쩔 수 없이 벡터가 갖고 있는 축소 광선 장비를 스스로 빼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벡터의 집에 드나드는 엉뚱한 세 자매 마고(태연), 에디트(서현), 아그네스를 양녀로 맞는다. 달 탈취 계획을 진행시키는 와중에 이 세 자매는 깜찍함과 순수함으로 그루의 생활은 조금씩 변화시킨다. 끝내 아이들을 내보내고 달을 훔쳐 최고의 악당임을 증명하는 그루. 하지만 아이들의 빈자리는 허전하기만 하다.
<슈퍼 배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주 못된 악당이 주인공이다.(슈퍼 사이즈 침대 얘기가 아니다.) 착하고 따뜻한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슈퍼 배드>는 최고의 악당이 되려는 그루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크고 작은 악행을 나름 발랄하게 담아낸다. 물론 달을 훔쳐 최고의 악당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던 그루는 입양한 세 명의 딸로 인해 마음씨 착한 아빠가 되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라는 빤한 이야기지만, 결론으로 가기 위한 설정과 과정이 신선하다.
만약 그루가 뼛속까지 악당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벡터와 경쟁하면서 최고의 악당이 되려 하고, 평생 사람들에게 나쁜 짓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그의 내면에는 외로움에서 싹튼 따뜻함과 인간미가 있다. 영화의 마스코트인 수많은 미니언들이 그루를 따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리고 미워할 수 없는 사고뭉치 세 자매가 그루의 마음속에 있는 선함을 끄집어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루는 달을 훔쳐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지만, 자기에게 소중한 것은 최고의 악당 자리가 아니라 아이들과의 행복한 일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지막 순간 위험을 무릎쓴다.
천하제일의 악당에서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빠로 변한다는 권선징악적인 내용의 <슈퍼 배드>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좋아할 코드가 많다. 미니언들의 귀여운 모습이나 세 자매의 사랑스러운 행동이 아이들의 눈길을 끈다면, 말장난 코미디나 화려한 비주얼,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웃음 등은 어른들의 몫이다. 미국 개봉 당시 첫 주 성적에서 <드래곤 길들이기>를 뛰어넘고, <이클립스>를 2위로 밀어낸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무려 7주간이나 박스오피스 톱10에 머문 것도 이런 이유다.
<슈퍼 배드>의 또 다른 장점은 안정적인 3D 입체영상이다.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의 제작자 크리스 멜레단드리는 기획부터 3D에 공을 들여 일찍부터 3D 입체 애니메이션 작업을 한 <코렐라인: 비밀의 문>의 존 벤슨과 손을 잡았다. 덕분에 <슈퍼 배드>의 3D는 굉장히 자연스럽다. 그루와 벡터의 공중 추격전이나 벡터의 아지트에서 벌이는 액션에서는 입체감을 충분히 살렸고, 자동차를 타고 가는 장면이나 미니언들과 함께 있는 일상적인 장면에서도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부여해 눈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3D 입체영상과 흥미로운 소재의 이야기가 만난 <슈퍼 배드>는 비록 미국보다 개봉이 늦어 불법 다운로더들을 양산했지만, 극장에서 3D 입체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미니언들의 짧은 영상은 입체감을 극대화한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말고 꼭 확인하길 권한다. 국내 더빙 버전에서는 소녀시대의 태연과 서현이 마고와 에디트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2010년 9월 10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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