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은 위진남북조 시대의 목란사(木蘭辭)에 실린 전체 333자의 몇 안 되는 분량의 구전설화다. <뮬란: 전사의 귀환>은 이 짧은 글에 상상력을 더해 110분짜리 전쟁액션물을 탈바꿈시켰다. 남북조 시대, 자고로 여자는 베틀을 짜고 바느질을 하며 여인의 인생을 살아야 하지만, 화뮬란(조미)은 노쇠한 아버지를 대신해 전장으로 향한다. 여자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고 웃지 않는 생활 속에서 뮬란은 동료 문태(진곤)와 함께 혁혁한 공을 세우며 장군의 자리에 오른다. 어제 함께 웃던 전우가 오늘 사라지는 전란의 연속은 뮬란의 정신도 피폐하게 한다. 이 와중에 의지하던 문태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뮬란은 무너진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남장여자 이야기 뮬란에서 감독 마초성이 집중한 부분은 전쟁 멜로다. <뮬란: 전사의 귀환>은 기존의 중국액션대작들이 특유의 지략과 캐릭터, CG를 통한 볼거리 등을 선사했던 것과 달리, 멜로에 무게를 실었다. 12년의 전란 속에서 사라져가는 전우들의 나무명패를 씻어내는 인간 뮬란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동료 문태와 화뮬란의 끈끈한 전우애와 사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일반 전쟁액션물이 CG의 힘을 빌어 액션 씬에서 스펙터클 구현에 목숨을 건다면 <뮬란: 전사의 귀환>은 액션 씬 또한 CG에 기대기보다는 서정적인 전쟁 씬으로 표현된다. (드라마로도 방영이 됐지만)남장여자 논란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이 화지 위에 조선시대의 멜로를 그렸다면, 중국의 남장여자 뮬란은 전쟁이라는 모래바람 속에서 멜로라는 시를 쓰는 셈이다.
하지만 효가 중심이었던 원작 설화와 코믹한 결이 살아나는 애니메이션을 거쳐 전쟁멜로물로 갈아탄 뮬란 이야기가 21세기에 영화적인 재미를 어느 정도 선사할 지는 미지수다. 우선 첫 번째로 드는 의구심은 너무 늦게 찾아온 실사판이라는 사실이다. 뮬란의 인기를 몸소 경험하고 자라난 아이들은 이미 어른이 되었다. 그 어른들이 타겟이 되겠지만 실사판이라는 사실만으로 극장으로 불러들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CG의 힘을 최대한 덜 빌린 액션 씬의 볼거리는 적당하다. 반면 영화가 방점을 찍은 멜로 라인의 드라마투르기는 심심하다. 전우애와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플라토닉한 관계에 그치고 이 때문에 진한 전쟁 멜로의 설득력도 희석된다.
<뮬란: 전사의 귀환>이 타는 액션과 멜로 사이의 느슨한 줄다리기는, 여성 관객과 남성 관객 어느 쪽이 호응하게 될지 관객 타겟 또한 모호하게 한다. 그로 인해 특별히 꼬집어 나무랄 데는 없지만 한편으로 커다란 감흥을 전달하지도 않는 범상한 영화가 됐다. 그나마 감정선을 탈 수 있는 것은 중국 4대 천후 조미와 <화피>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진곤의 연기 앙상블을 이유로 들어야겠다.
2010년 8월 30일 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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