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라이프>는 모형 마을과 실제 스캇이 살고 있는 마을 풍경을 번갈아 보여주며 시작한다. 모형 마을은 한 번 보면 누구나 살고 싶을 정도로 평온해 보인다. 크고 넓은 집과 마당, 녹음이 우거져 있는 마을 풍경, 그리고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 모형의 인형 등 이상적인 삶의 모습 그 자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작고 비좁은 집과 마당, 앙상한 가지만 펼쳐진 마을 풍경, 그리고 뭔가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만이 비춰진다. 감독은 첫 장면부터 이상과 현실의 거리차를 확연히 드러내면서, 실질적인 삶의 이야기를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영화는 모든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라임병과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잘나가는 사업가지만 주체 못하는 바람기 때문에 가족들의 외면을 받는 미키, 겉으로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지만 남편의 외도에 힘들어하는 브렌다, 한 가정의 가장이었지만 라임병에 걸린 후 정신 착란 증상을 겪게 되는 찰리, 남편을 대신해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몰래 밤마다 눈물을 흘리는 멜리사까지 극중 어른들은 자신들만의 병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스캇은 성인식을 앞두고 미쳐 몰랐던 어른들의 어두운 면을 마주한다. 사랑해서 결혼까지 골인했지만 이내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하는 그들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더불어 아드리아나와 사랑이 이루어져도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이처럼 영화는 첫사랑에 시름시름 앓고 있는 스캇을 통해 그가 바라본 어른들의 진정한 사랑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그리고 서로 싸우고 시기한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언제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답을 내놓는다.
<라임라이프>는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이 변질되어 힘들어하는 어른들과 첫 사랑을 이루려는 소년의 모습을 잘 혼합한다.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을 두 부류의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공통요소를 바탕으로 점점 동화되어 간다. 다만 소소한 두 가정사의 치부를 드러내는 이야기는 흡입력이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스캇과 아드리아나의 사랑 이야기는 흥미를 유발하지만 인상을 남길만한 영상의 부재와 새로울 것 없는 소재의 평범함은 간간이 지루함을 전한다. 그 대신 스캇 역의 로리 컬킨과 엠마 로버츠의 풋풋함, 알렉 볼드윈, 티모시 허튼, 신시아 닉슨의 감칠맛나는 연기는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2010년 8월 27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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