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닌>은 아사노 이니오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부여잡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주인공 메이코와 타네다는 저마다 다른 현실에서 살고 있다. 메이코는 꿈이 없다. 그녀는 적성에 맞지 않아도 일단 직장에 다닌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둔다. 하지만 결국 상사의 심부름이나 하고, 복사기나 고치는 단순 노동에 한숨만 쌓여간다. 타네다는 시급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이루려 한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압박감은 점점 심해진다. 메이코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밴드 친구들과 함께 데모 테이프를 만들지만, 세상은 그들의 노력과 열정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물려준 약국에서 일하거나, 자신의 꿈을 버리고 싶지 않아 계속해서 학교를 다닌다. 그들도 음악의 꿈을 뒤로한 채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부정한다.
영화는 단순히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음악으로 성공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 대신 현실과 이상의 거리감, 사랑하는 사람을 한 순간에 떠나보낸 공허함, 행복이란 막연한 바람에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는 인물들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특히 타네다의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메이코와 그의 친구들은 슬픔에 잠긴 채 현실이란 잔인한 전쟁터에 몸을 맡긴다. 그러나 그들은 타네다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뤄주기 위해 다시 음악을 시작한다. 그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들을 위해서 말이다.
이번 영화에서 메이코 역을 맡은 미야자키 아오이는 <나나>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에서 보여준 소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좌절과 고통을 곱씹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에서 일을 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책하는 장면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타네다가 만든 ‘소라닌’을 열창하는 모습은 그녀로 하여금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더불어 타네다 역을 맡은 코라 켄고는 유약한 소년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현실과 미래의 중간지점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잘 드러낸다.
그러나 <소라닌>은 긴 호흡을 요하는 영화다.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원작을 가감없이 옮기다 보니 2시간이 훌쩍 넘는다. 영화는 청춘의 고민을 사실적으로 다룬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타네다의 죽음 이외에는 큰 사건이 없다 보니 다소 지루한 느낌이다. 게다가 행복을 얻는 최선의 방법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자는 것이기에 극적 재미는 부족하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인 ‘소라닌(감자의 싹에 함유된 독성분으로 성장을 위해선 꼭 필요함)’처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봐야 하는 청춘들의 권장할 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2010년 8월 26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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