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비스(애드리언 브로디)는 직장에서 해고된 이후 연인 베이(매기 그레이스)와 함께 인도로 떠나기로 한다. 마침 신문에서 피실험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돈을 벌기 위해 참여하기로 한다. 이 실험은 평범한 사람들을 모아 간수와 죄수로 나눠 2주간 지내는 ‘감옥 실험’. 처음에는 모두 대수롭지 않게 실험을 시작하지만 사소한 다툼을 시작으로 죄수와 간수는 대립하기 시작한다. 특히 조용한 성격의 배리스(포레스트 휘태커)는 간수들의 권위와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더욱 강하게 죄수들을 몰아붙인다. 이후 대립구도가 더욱 강해진 이들은 실험을 잊고 이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결국 5일째 죄수 한 명이 죽고, 교도소는 혼란에 휩싸인다.
<엑스페리먼트>는 실제로 있었던 실험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미 2001년 독일의 올리버 히르쉬비겔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작품은 심리 스릴러의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특정한 상황에 놓인 인간이 얼마나 악랄하고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솔직하면서도 충격적인 작품이다. 이 실험은 소수의 간수와 다수의 죄수의 대치상황에 포인트가 있다. 처음에는 모두 규칙만 잘 지킬 생각이었지만, 간수들은 점차 간수라는 역할에서 나오는 권력을 누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규칙들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죄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모욕감을 주는 등 실제 죄수와 간수의 관계로 상황을 전이시킨다. 이런 착각은 간수 스스로에게 무한 권한을 부여하기에 이르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시스템을 재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신앙심이 강하고 도덕적인 가치관을 지녔던 배리스는 점차 앞장서서 죄수를 억압하며 숨겨져 있던 폭력적인 본성을 드러낸다.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원초적인 집단생활이다. 사람들은 함께 살면서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찾게 되고, 그 역할을 바탕으로 권력을 만들고 사회 체계를 설계한다. 허나 이 실험에서는 ‘자격’이 먼저 주어진다. 갑자기 죄수와 간수라는 극단적인 계층으로 나뉜 이들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새로운 심리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배리스는 이 실험에서 가장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얌전하고 소극적인 인물이었지만 규칙을 지켜야한다는 강박은 결국 죄수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지고, 간수의 역할에 스스로 전지전능함을 부여하며 그들에게 유리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한다. 실험 초반에는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는 인간의 사회성에 초점을 맞추지만, 힘을 가진 자들의 폭력적인 성향은 시스템을 재정립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교소도라는 특정한 공간에 의해 극단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실험이 영화에서는 한 인물에 의해서 붕괴를 맞는다는 점이다. 이 실험 자체는 시스템과 그 안에 있는 인물에 대한 관찰이지만, 영화에서는 트래비스에 의해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킨다. 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실험 결과에 트래비스라는 바이러스를 심어 의도적으로 오류를 도출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트래비스는 배리스의 폭력적인 본성을 깨우는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전개나 의도를 봤을 때, 한 인간의 돌출 행동이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그리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2010년 8월 6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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