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타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친 밀러(톰 크루즈)와 준(카메론 디아즈). 준은 밀러의 매력에 빠지지만 이 남자 뭔가 좀 이상하다. 도통 종잡을 수가 없다. 비행기 안에서는 모든 승객을 죽이고 비행기를 불시착 시키질 않나, 위험에 처한 준 앞에 갑자기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질 않나, 자기 말을 믿으라고는 하지만 도통 믿을 수 없게 만들어놓질 않나, 이상한 약을 먹여서 준을 기절시키고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준은 어찌됐던 밀러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알고 보니 밀러는 노련한 첩보원이었던 것. 하지만 누명을 쓰고 조직에게 쫓기는 신세다. 쫓기면서도 우연히 사건에 말려든 준을 매번 구한다.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난다 로이 밀러.
<나잇 & 데이>는 전통적인 코믹 액션 영화다. 여기서 전통적이라는 말은 영화의 스타일이나 작업 방식 모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영화는 <샤레이드>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와 같은 과거 할리우드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한다. 여기에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드는 인물이나 고풍스러운 건물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벌이는 추격전,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장소가 이동되고 사건이 해결 되는 방식 등 과거 히치콕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도 등장한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현대적인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다른 요소들을 고전적으로 설정해 상충하는 재미를 만들어내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또 다른 것은 제작 방식이다. CG로 그림을 만들고 편집으로 눈속임을 하기보다 배우들이 직접 건물에 매달리고, 난폭하게 운전을 하고, 위험천만하게 오토바이를 타는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했다. 이와 같은 방법 덕분에 첩보물의 외피를 두르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면서도 그 안에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코믹한 행동들도 담을 수 있었다. 밀러가 주변의 적들을 향해 총질을 해대면서도 준에게는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지는 식의 장면 연출이 가능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나잇 & 데이>의 이야기는 그다지 완성도가 높지 않다. 조직의 진짜 배신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중심 이야기는 호기심을 끌지 못하며,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영구적인 배터리 ‘재퍼’의 존재 역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로이와 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 우연히 만나 계속 엮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도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만약 이야기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는 관객이라면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에 실망할 수도 있다. 치밀함이 없는 <본> 시리즈인 것도 같고, 물렁물렁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인 것도 같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단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영화를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바로 캐릭터의 재미다. 피도 눈물도 없는 요원이면서 동시에 친절하고 유머러스한 남자 로이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다. 여기에 천진하면서도 타고난 액션 DNA를 지닌 준 역시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어떻게 보면 빤한 할리우드 코믹 액션 영화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뉘앙스로 만들어진 캐릭터는 진부하다는 느낌을 다소나마 지운다. 2% 부족한 이야기 역시 같은 이유로 상쇄돼 영화에 재미를 준다.
2010년 6월 18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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