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대만영화라면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작품과 같이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작품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주걸륜, 계륜미가 주연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끌면서 ‘대만영화=멜로영화’라는 공식이 생기기도 했다. <청설>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후광을 업고 개봉하는 대만표 멜로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말할 수 없는 비밀>처럼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그리지 않는다. 다만 청각장애라는 장애물을 사이에 놓고 점점 사랑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청설>이 다른 멜로영화와 차별성을 두는 지점은 바로 말이 아닌 수화로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다. 수영장에서 언니를 응원하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집안의 가장 역할을 맡은 양양. 티엔커는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기 위해 입이 아닌 손으로 말을 한다. 영화는 대사가 들리지 않고 오로지 자막으로만 그들의 이야기와 감정이 전달한다. 어쩌면 관객은 말소리 없이 자막으로 대사가 진행되는 방식에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을 보여줄 때는 부드러운 손동작을, 서로 싸우거나 화난 감정을 드러낼 때는 격한 손동작을 보여주며, 대사만큼 각 장면의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무성영화처럼 대사가 없다 하더라도 <청설>이 조용한 멜로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간간히 티엔커와 그의 부모의 코믹한 연기로 재미를 더한다. 영화 속 아빠는 하나뿐인 외아들의 첫사랑을 위해 자신의 파란만장한 연애담을 들려주고, 엄마는 결혼하기 전 자신도 날씬하고 매력적인 여자였다고 연신 자랑을 한다. 특히 청각장애인인 양양을 위해 스케치북을 이용해 자신들을 소개하는 장면은 <러브 엑츄얼리>에서 사랑고백장면을 패러디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영화의 주요 원동력은 티엔커와 양양의 러브스토리지만 감독은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꿈을 향해 한발짝 나아가는 샤오평의 이야기에도 중점을 둔다. 그러나 감독은 티엔커와 양양의 해피앤딩을 보여준 이후에 샤오평의 홀로서기에 집중하며, 이제까지 쌓아놓은 멜로적 감성을 다소 흐릿하게 만든다. 차라리 영화가 수화로 사랑을 이룬 이들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에 집중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2010년 6월 15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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