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키드>는 1994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원제는 <가라데 키드>였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배경은 미국의 소도시에서 중국의 베이징으로, 주인공은 힘없는 백인 소년은 힙합을 좋아하는 흑인 소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가라데는 쿵푸로, 자연스럽게 스승은 일본인에서 중국인으로 탈바꿈했다. 이렇듯 <베스트 키드>는 원작과는 다르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한 소년이 한 여자아이를 좋아하고, 자신이 배운 무술을 과시하는 아이들에게 두들겨 맞고, 이웃에 사는 은둔 고수에게 무술을 배운다는 이야기는 도복만 다를뿐 같은 무술을 행하는 선수들과 같다.
단연 <베스트 키드>의 관심은 제이든 스미스와 성룡의 호흡이다. 윌 스미스의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는 <행복을 찾아서>와 <지구가 멈추는 날>에 출연하며 관심이 집중된 할리우드 아역배우 중의 한 명이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눈물 연기가 아닌 쿵푸 연기를 선보인다. 제이든 스미스는 실제 쿵푸를 배우면서 차고, 찌르고, 돌려차는 등 영화 속 무술 장면을 능숙하게 연기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인 쿵푸 대회 장면에서는 상대 배우와 합을 잘 이뤄가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의 쿵푸 스승으로 나오는 성룡은 영화에서 조력자의 임무를 다한다. 아쉽게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사물을 이용한 액션 장면은 단 한 장면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성룡은 드레에게 상대를 쓰러뜨리기 전에 자신을 먼저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인생의 가르침을 주며, 실제 나이에 걸맞은 연기를 펼친다. <취권> 시절 쿵푸를 배우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했던 성룡이 이제 제자에게 쿵푸를 가르쳐주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안타까움인 동시에 더할 나위 없는 재미다.
<베스트 키드>는 무술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쿵푸영화라기 보다 하이틴 무비에 더 가깝다. 드레는 쿵푸를 배우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소녀와의 로맨스에 집중하고, 몰랐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리고 무술대회를 통해 좌절과 승리의 쾌감 또한 얻는다. 영화는 치어리더를 소재로 한 <브링 잇 온>, 축구를 소재로 한 <쉬즈 더 맨> 등과 같은 방식으로 쿵푸를 내세워 익숙한 기승전결을 만든다.
문제는 하이틴 영화치고는 러닝타임이 길다는 것. 무려 140분이다. 무술대회에 참가한다는 약속을 하는데 1시간, 맹연습에 이은 무술대회 출전까지 1시간, 그리고 게임을 방불케 하는 현란한 소년들의 무술 대결이 20분을 차지한다. 감독은 보여주기에 급급하지 않고, 주인공 드레의 아픔과 좌절, 그리고 로맨스를 무술의 연속 동작처럼 보여준다. 그러나 가벼운 하이틴 무비에 많은 것을 담으려는 감독의 욕심은 과하다.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술보다는 말이 더 많아지며, 애초에 쿵푸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준다. 또한 천안문이나 만리장성 등 중국의 명소를 끼워넣은듯한 불필요한 장면은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다.
<베스트 키드>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역시 아버지를 잘 만나야 해”라는 생각이 든다. 윌 스미스가 제작한 이 영화는 자신의 아들의, 아들을 위한, 아들에 의한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아들을 최고의 엔터테이너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다.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눈물이면 눈물 등 다양한 연기 패턴을 보여준다. 게다가 영화 O.S.T에 참여해 직접 노래도 부른다. 역시 할리우드 2세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2010년 6월 9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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