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또 한 번 밤잠을 설치게 만들 월드컵이 열린다. 월드컵 시즌에 맞춰 관객을 만나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배경으로 몰래 월드컵 방송을 듣는 북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1분대장 및 부대원들은 듣는 것 자체가 조국을 배신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목숨을 걸고 방송을 듣는다. 중요한 경기에 일지를 쓰라고 독촉하는 행정병 때문에 방송도 못 듣고 화만 내는 1분대장의 말 못할 고뇌, 경기마다 보급 나온 빵과 담배를 걸며 응원하다가도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면 빠르게 돌변하는 대원들의 대처 능력은 유쾌함을 준다. 특히 한국 VS 미국전에서 한국을 응원할지, 미국을 응원할지 고민하는 대원들의 모습은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살짝 비틀면서 재미를 더한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중반 이후 이데올로기의 늪에 빠져 버린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알 수 없는 주파수를 감지한 헌병의 수색이 시작되고, 대원들은 궁지에 몰린 생쥐처럼 벙커에서 꼼짝없이 조사를 받는다.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넘어 월드컵의 환희를 맛보려 했던 예정됐던 고통의 결과를 받아들인다. 이처럼 영화는 콘셉트와 이야기 흐름이 <공동경비구역 JSA>와 흡사한 구도로 흘러간다. 하지만 <공동경비구역 JSA>가 시간이 지날수록 숨겨진 사건을 드러내면서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의 아픔을 전했던 것과 다르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전형적인 이데올로기의 아픔을 진부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대원들을 살리기 위한 1분대장의 희생정신과 대장과 그를 살리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대원들의 판에 박힌 전우애를 부각시킨다. 이로 인해 잔재미가 쏠쏠했던 영화의 장점이 그대로 묻혀 버리고, 너무나 진중해 버린 분위기에 낯설음까지 느껴진다.
<주유소 습격사건> 이후 11년 만에 한 영화에 같이 출연한 이성재와 강성진의 연기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지만 편안한 웃음을 준다. 특히 1분대의 고문관인 강성진의 연기는 이성재뿐만 아니라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하는 장면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며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영화도 축구처럼 단독 플레이보다는 팀 플레이가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꿈은 이루어진다>는 이데올로기의 늪에 빠지고, 팀플레이도 이루어지지 않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2010년 5월 24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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