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4년마다 어김없이 열리는 월드컵 시즌 때문에 영화계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월드컵 시즌에 맞춰 축구를 소재로 한 <꿈은 이루어진다>는 누가 뭐래도 올해 6월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감에 부푼 제작진의 바람과는 다르게 언론 시사회장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 속에 시작되었다.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성재는 턱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오랜만에 플래시 세례를 받았고, <주유소 습격사건> 이후 이성재와 11년 만에 같이 출연한 강성진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는 우정을 과시하며 무대인사를 가졌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총을 겨누고 있는 남과 북의 병사들이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하나가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소재에 걸맞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통해 빚어지는 에피소드로 웃음을 전한다. 한국 VS 미국 전에서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지 헷갈려 하는 북한 병사나 몰래 숨죽이며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는 모습은 유쾌하다. 하지만 영화는 무거운 소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감독의 말과 반대로, 후반부에 갈수록 코믹 요소였던 이데올로기가 본 모습을 드러내며 분단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마치 전반전에 기분 좋은 선취골을 넣었다가 후반전에 역전 당한 기분이다.
● 한마디
<꿈은 이루어진다>는 관객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가 매우 적다. 영화는 축구를 소재로 월드컵 시즌에 맞춰 개봉한다는 것 빼고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다. 극중 남과 북의 병사가 우정을 나누고,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로 인해 갈등구조를 만들어나간다는 콘셉트는 <공동경비구역 JSA>와 흡사하다. 다만 좀 더 코믹적인 요소를 삽입해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게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은 너무 작위적이다. 골대가 아닌 하늘로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듯 허탈하다. 11년 만에 같이 출연한 이성재와 강성진의 만남만 기억에 남는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2010년 5월 13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