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이어 홍상수 감독이 10번째 장편 영화를 내놨다. 이번에도 특이한 제목 <하하하>다. 여름 ‘하’, 감탄사 ‘하’, 웃음 ‘하’라고 하니, ‘여름 통영에서 여러 배우들이 펼치는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 풀이가 가능하겠다. 하지만 제목을 풀이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기존의 홍상수 감독 작품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캐나다 이민을 결심한 문경(김상경)은 선배 중식(유준상)을 만나 청계산 자락에서 막걸리를 마신다. 공교롭게도 둘은 비슷한 시기에 통영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안주 삼기로 한다. 문경은 이민을 앞두고 8년 만에 어머니(윤여정)를 보기 위해 통영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관광 해설가 성옥(문소리)을 만나고 그의 남자친구 정호(김강우)에게 맞아가면서까지 그녀를 쫓아다닌 끝에 사랑을 얻는다. 유부남 중식은 애인 연주(예지원)와 함께 했던 통영 여행 이야기를 하며 그 곳에서 친한 후배 정호와 그의 여자친구 성옥을 만난 이야기를 한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겹친다. 결국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같은 인물들과 통영에 있었던 것이다.
우선 <하하하>는 이야기 속 이야기라는 구조를 띄고 있다. 영화감독 문경과 영화평론가 중식이 청계산 자락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지난 여름 통영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좋은 것만 이야기하자던 둘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알고 보니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통영에 있었고, 각자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겹친다. 심지어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만나지 못한 경우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둘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서로의 이야기만 한다. 그리고 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 역시 각자의 시선으로만 그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면면을 알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필요하다. 양면을 합쳐야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다. 홍상수 감독은 같은 이야기를 반으로 갈라 두 가지 면을 보여준다. 그런 이유로 같은 인물이라도 각기 다른 이야기 속에서는 다른 면을 보여준다. 문경의 이야기와 중식의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재미있다. 각자의 시점을 통해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에 같은 인물이라도 다른 점이 부각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한 쪽의 이야기에서는 몰랐던 인물들의 속내까지 드러난다. 성옥을 향한 문경의 끈덕진 구애는 진솔해보이면서 동시에 찌질해 보이기까지 하고, 술에 취해 큰아버지 앞에서 아내와 이혼하고 연주와 살겠다고 말하는 중식 역시 마찬가지 면모가 드러난다.
홍상수 감독은 생활의 단면들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펼친다. 이러한 일상의 단면들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정립된다. 문경과 성옥의 관계, 성옥과 정호의 관계, 정호와 정화의 관계, 중식과 연주의 관계, 문경의 어머니와 사람들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들은 일상의 관찰하는 기준이 된다. 특히 이러한 관계는 연애를 새롭게 정립하는데, <하하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기 위해 다른 연애를 끝내야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는 각각 문경과 중식의 이야기에서 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한 쪽은 시작을, 다른 한 쪽은 끝을 말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양쪽 면이 모두 솔직하게 그려진다. 때로는 비겁하게 피하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초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모습이건 굉장히 낯익다. 비록 엉뚱한 상황과 재미있는 대사들로 만들어진 영화 속 상황이지만, 결국 그 근원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연애라는 점에서 자연스럽다.
어떻게 보면 <하하하>는 백일몽 같기도 하다. 두 남자가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는 마치 계속 살을 붙여가면서 불어나는 거짓말처럼도 느껴진다. 하지만 어찌 보면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거짓말 같기도 하잖나. 이런 저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비단 영화 속의 경우만은 아닐 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란 곳이 참 재미있는 곳이니까.
2010년 5월 3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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