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을 앞둔 고3 히로(기타노 키이)는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한 슈(오카다 마사키)를 좋아한다. 하지만 고백을 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할 뿐이다. 어느날 우연히 양호실에서 히로의 마음을 알게 된 슈는 하교길에 사귀자는 고백을 하게 되고, 히로는 뛸 뜻이 기뻐한다. 알콩달콩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어린 커플. 하지만 행복도 잠시, 서로 다른 곳에 대학 진학을 꿈꾸는 히로와 슈는 잦은 싸움을 벌이게 된다. 히로는 슈에게 동경에 있는 와세다 대학을 가지 말라고 떼를 쓰고, 슈는 많은 고민을 한뒤 히로와 함께 고향인 훗카이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슈는 자신 때문에 꿈을 포기한 히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둘 다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
아름답게 빛나지만 깨지기 쉬워서 사랑은 유리 같다고 말했던 원준희 누님. 사랑은 지나간 세월처럼 그저 흘러 내리는 거라며 사랑은 창 밖의 빗물 같다고 수없이 되뇌였던 양수경 누님. 과연 사랑은 뭘까? <하프웨이>는 사랑을 비누방울이라 말한다. 후하고 불면 몽글몽글 피어나는 비누방울. 이 아름다운 둥근원은 이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순간 터져버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극중 히로와 슈는 비누방울 같은 사랑을 한다. 서로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대학 진학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지는 비누방울처럼 사랑이 터져버리는 위기도 있지만 그 때마다 그들은 새로운 비누방울을 만들어 사랑을 이어나간다.
<하프웨이>가 단순히 순수한 첫 사랑의 기억을 되새기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당연히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첫 사랑의 풋풋함을 원동력으로 하고 있지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대한 고민이 의외로 진중함을 전한다. 히로가 슈에게 와세다 대학으로 진학하지 말라고 했지만, 괜스레 자신의 욕심 때문에 꿈을 포기 했다는 죄책감을 갖는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슈 또한 자신이 꿈꿨던 대학을 포기함에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일관한다. 이로 인해 히로는 자신의 친구들과 더불어 선생님들의 조언을 들으며 최선의 방법을 강구한다. 특히 서예 선생을 찾아갔을 때 붓으로 “가지마, 가버려”를 반복해서 써 내려가는 장면은 사랑에 대한 그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그동안 드라마 <뷰티풀 라이프> <하늘에서 내린 일억 개의 별>의 작가로 유명한 기타가와 에리코의 첫 장편 영화다. 언제나 사랑을 주제로, 아름답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실질적인 고민들을 보여줬던 그녀. 그래서 일까? 영화에서 첫 사랑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사랑과 이별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의 배합은 잘 이뤄졌다. 또한 제작을 맡은 이와이 슈운지 특유의 역광 화면 구성과 매 영화마다 등장했던 자전거 장면은 배우들의 순수한 사랑을 돋보이게 만든다. 더불어 영화전편을 핸들헬드 촬영해 생동감과 더불어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 연기도 잘 담아냈다.
다만 전체적으로 소품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영화가 첫사랑을 통해 그 시절에 가질 수 있었던 감성을 건드리며 관객에게 다가가는데는 성공했지만, 끝까지 그 감성을 끌어내지는 못한다. 특히 영화의 열린 결말로 인해 이제까지 그들이 애써가며 했던 사랑의 고민이 갑자기 증발된다. <하프웨이>라는 제목처럼 영화가 첫사랑의 결과가 아닌 과정만을 담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보이다가도 갑자기 터져버리는 비누방울과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2010년 4월 27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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