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가 있는 CGV 왕십리에 도착한 것은 4시가 다 된 시각. 나름 30분이나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표가 많지 않더라. 주섬주섬 표를 골라 자리를 받았는데, 오 마이 갓! 제일 뒷자리다. 상냥하게 웃으며 “조금 앞자리는 없을까요?”했더니, “좌석을 골라 드리진 않습니다”라며 딱 잘라 말한다. 주섬주섬 ‘골라’서 줘놓구선…. 여하튼 30분이나 일찍 와도 자리가 끝자리인걸 보니 사람이 많이 오긴 온 모양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사회에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선배들을 만날 정도니, 역시 홍상수는 홍상수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하하하>는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번에도 남자와 여자, 술이 함께 어우러져 인간 군상들의 이기적인 이야기들이 전개되지만, 그 형식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두 남자의 술자리를 스틸로 처리하고 통영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각 남자의 내레이션을 통해 교차로 보여주는 방식이나, 같은 시기에 같은 공간에 있었던 두 사람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가 엮인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사람을 관찰하는 재미는 여전하며, 노골적인 대사로 스스로의 속내를 풀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여기에 김상경, 유준상, 문소리, 김강우, 예지원, 윤여정, 김규리(김민선), 기주봉, 김영호 등 배우들의 캐릭터 각개격파도 <하하하>의 매력이다.
● 한마디
여하튼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다.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자면 더 흥미롭다.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도 그렇지만, 하나의 거대한 뻥을 치는 듯한 전체 이야기도 신선한 지점이 있다. 그리고 이순신이 등장하는 충격적인 장면. 홍상수 영화에 이런 판타지 코드가 있다니!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홍상수 영화. 하지만 가장 기억에 안 남을 것 같은 홍상수 영화.
(FILMON 정미래 기자)
홍상수보다 배우가 먼저 보인다. 문소리는 원맨쇼나 다름없는 연기를 선보이고 기존이미지에서 탈피한 김강우와 유준상은 발견이라 볼만하다.
(스크린 하정민 기자)
최근 홍상수 영화는 비슷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왜 이렇게 속이 좁고 이기적인가라는 질문. <하하하>에서는 그 이유가 사람들이 남의 생각으로 사물을 보고 즐거운 것만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사색적이지만, 유머는 더욱 늘어났다. 스틸컷을 활용한 내러티브 형식의 변화도 돋보인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2010년 4월 22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