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월요일이라 불리는 2010년 11월 22일. 일본의 주요 도시에 10발의 미사일이 떨어졌다. 많은 사상자가 속출할 사건이었지만 다행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기묘한 일. 사건의 이면에는 미사일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세상을 지켜낸 타키자와 아키라(키무라 료헤이)와 그를 믿고 따라준 모리미 사키(하야미 사오리)의 힘겨운 사투가 숨겨져 있었다. 그는 100억이 들어있는 핸드폰으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선택 받은 12명 중의 한 명. 아키라가 세상을 구하고 돌연히 사라진 후, 또 다시 세상을 위협하는 계획이 진행된다. 사키는 이에 맞서기 위해 아키라가 기억을 지우고 사라지기 전, 자신에게 남긴 메시지를 단서로 그를 찾아 나선다.
<동쪽의 에덴 극장판 1> (이하 ‘<동쪽의 에덴>’)은 제목도 비슷한 제임스 딘의 <에덴의 동쪽>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다. 제임스 딘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낙원처럼, 영화는 정치적, 사회적 병패가 난무하는 세상을 벗어나 새로운 낙원을 꿈꾸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아키라는 Mr. OUTSIDE라는 인물에게 선택된 12명 중의 한 명이다. 세레손이라 불리는 이들은 세상을 구하는 목적으로 100억을 받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세상을 구원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 만약 그 돈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쓰거나 도중에 포기하면 서포터란 감시자에게 살해 당한다. 이처럼 영화는 세레손이란 인물들을 등장시켜 무한한 권력이 낙원을 건립할 수 있는 힘인 반면, 미사일이 퍼붓는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쪽의 에덴>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은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자와 그 위험에서 구해내려는 사람들의 대결 구도다. 극중 세레손 중 한 명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12명을 차례로 살해한다. 사키와 친구들은 아키라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으며, 기억을 지우고 어디엔가 평범하게 살고 있을 그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동시에 아키라와 사키의 로맨스에도 무게를 싣는다. 우연히 백악관 앞에서 만난 두 사람. 세상을 구하기 위해 힘을 모았던 아키라와 사키는 좋아하는 감정을 뒤로한 채 이별한다. 사키는 기억을 지운 뒤 자신의 존재조차를 모르는 아키라가 원망스럽지만, 점차 예전 추억들이 되살아나고 다시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영화는 11편의 TV 시리즈를 제대로 시청했다는 전제하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영화는 기존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가지고 와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극장판이 아니다. <동쪽의 에덴>은 기획단계부터 11편의 TV 시리즈와 2편의 극장판으로 구성했다. 2편의 극장판은 TV 시리즈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로, TV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면 영화의 이해도는 떨어진다. 또한 처음 이 영화를 접한 사람들에게는 세레손, 서포터 등 낯선 용어들과 미디어의 남용, 대중의 몰개성화 등 비판적인 세계관이 혼재되어 있어 쉽게 다가서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에덴의 동쪽>은 원작을 사랑한 팬들만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2010년 1월 27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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