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장나라)은 서번트 증후군으로 보통사람보다 지능은 떨어지지만 음악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의 죽음 이 후 그녀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 안에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하늘은 자신만 남겨두고 떠나버린 가족 때문에 외톨이가 되어버린 바다(쥬니)와 같이 살게 된다. 또한 매일 피자를 배달하던 진구(유아인)와도 친구가 되면서 하늘은 그들과 함께 세상밖으로 한 발짝 나아간다.
<하늘과 바다>는 한마디로 말해서 착한 영화다. 전작 <마음이>를 통해 때묻지 않은 순수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선보였던 오달균 감독은 <하늘과 바다>에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우정을 주제로 또 한번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는 몸은 어른이지만 순수한 아이의 심성을 가진 하늘을 중심으로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친구들을 교화(敎化)한다. 새엄마의 등장으로 가족에게 버림받고, 학업과 동시에 자신의 꿈이었던 음악까지 포기하는 바다, 가난이 지겨워 양심을 팔고 하늘의 돈가방을 훔치는 진구. 그들은 하늘을 만나면서 점점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자그마한 희망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늘과 바다>는 착한 영화이기에 설득력을 잃어버린다. 극중 바다를 향한 하늘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좀처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하늘은 단지 앞집에 살았고 오도 가도 못한 외톨이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바다와 동거를 시작한다. 그녀가 하자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며 우정을 나눈다는 설정은 하늘이 6살의 순수한 영혼이라는 면죄부를 앞세우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또한 자신의 돈을 훔친 진구를 너무나 쉽게 용서하고 숙소까지 마련해주는 천사 같은 하늘의 행동은 현실의 세상과 영화 속 세상의 괴리감을 확연히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이야기를 구성하는 각각의 상황들은 극중에서 맥락을 잃어 버린 채 나열되기만 한다.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을 무시한 채 갑자기 하늘의 판타지 세계로 데려가거나, 홈쇼핑으로 산 옷들로 패션쇼를 보여주며 집중도를 흐트려 놓는다. 이에 하늘이와 바다가 나누는 우정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그녀들의 우정을 선보이는 콘서트 장면은 가슴으로 크게 와닿지 못한다.
2009년 11월 2일 월요일 |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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