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식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페어 러브>는 5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로맨스 멜로의 장르적 틀을 지키면서 인물의 결핍과 성장,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깊이 있게 다룬 영화다. “<페어 러브>는 고심 끝에 결정한 제목이다. 스티브 원더의 ‘All in love is fair’ 제목을 빌렸고, 영화에서 묘사하는 그 사랑이 페어(fair)하다기 보단 모든 사랑이 페어하다는 의미다. 어쩌면 ‘러브 이스 페어(love is fair)’가 더 확실한 의미일지 모르겠다.” 제목 선정 배경에 대한 신연식 감독의 변이다.
<페어 러브>는 26년의 나이차를 뛰어넘은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다. 그만큼 현실적 제약을 잊고 영화적 감정에 몰입해야 할 배우들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성기는 말한다. “일단 시나리오를 덮었을 때 이미 나이차는 극복된 것 같았다. 그리고 현장에서 이하나 씨를 만났을 때 비로소 이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실감했다.” 이하나 역시, “20대는 내 자신을 더 성숙시키고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나이 같다.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은 나이인 거 같다. 나이가 몇이 됐건 존경할 수 있고 나를 어른스럽게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 게 아닐까.”라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피력했다.
“물론 부담도 됐다. 관객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안성기의 말처럼 26년의 나이차를 잊고 연기에 매진한다는 건 고민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안성기는 “형만이는 나이만 들었지 세상 물정을 모르고 소년 같은 천진난만함이 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에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은이와도 충분히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전했다. 이하나도 이를 거든다. “안성기 선배처럼 지적인 매력이 멋있게 우러날 수 있는 분이라면 사랑에 빠지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뒤따른 안성기의 말이 웃음을 자아낸다. “내가 원래 순수한 편이라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부드러운 현장의 분위기도 한몫을 거들었다. “연기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배려라고 생각한다. 우리 현장에선 그런 배려가 잘 이뤄졌다. 특히 이하나 씨는 연기 욕심이 많더라. 나는 됐다 싶어도 이하나 씨는 자꾸 다시 하자더라. 하지만 잘하고 싶은 노력은 배려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배려가 잘 이뤄졌다.” 안성기의 말이다. 이하나의 답변이 안성기의 말에 설득력을 더한다. “아무리 멋있는 배우들도 안성기 선배님께 굉장히 깎듯이 대한다. 선배님께서는 그런 위치에 있으면서도 나를 친구처럼 대해주셨다.” 이에 신연식 감독 역시, “우스개 소리로 안성기 선배님 뺨에 손가락을 찌를 수 있는 배우는 이하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랑이란 항상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하나의 말처럼 사랑은 언제나 모든 이의 곁에 있다. 다만 “모양이 쉴새 없이 변하는 게 감정”이라는 안성기의 말처럼 공평하기 어려울 뿐이다. <페어 러브>는 특별한 러브스토리라기 보단 사랑이라는 보편적 공감대를 이루는 또 다른 형태의 로맨스 멜로다.
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 취재: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 사진: 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