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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유물과 역사를 주제로 고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조지아(니아 발다로스)는 번번히 좌절되는 교수의 꿈을 뒤로 하고 여행 가이드 일을 시작한다. 당초 관광객들에게 그리스의 역사를 전하고자 했던 꿈과는 달리 그들에게 시달려 스트레스만 쌓여간다. 이윽고 사장 눈 밖에 난 조지아는 낡은 버스와 쓰러져 가는 호텔 그리고 다루기 힘든 관광객들을 배정 받는다. 그러나 처음에 가졌던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점점 관광객들과 가까워지고 운전사 푸피(알렉시즈 조고리스)와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면서 잊고 있었던 삶의 열정이 되살아난다.
도날드 페트리 감독의 <나의 로맨틱 가이드>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전작 <10일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행운을 돌려줘>와는 다른 인물구도를 보여준다. 감독은 남, 녀의 사랑이야기 보다 관광객들과 조지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중점을 둔다. 역사를 가르치려는 조지아와 단순히 즐기러 온 여행객들은 마치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연인이 다투는 것처럼 티격태격하며 잔재미를 만들어 낸다. 운전사 푸피와의 러브라인이 있긴 하지만 극을 한 층 더 재미있게 만들어 내기 위한 첨가물로 쓰인다.
또한 <나의 로맨틱 가이드>는 조지아를 통해 현대인들이 잊고 사는 삶의 진리를 일깨워 준다. 급한 일이 생겨도 휴식 시간을 갖는 그리스인들은 죽음을 앞두고도 춤을 추는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처럼 여유 있는 삶을 보여준다. 자신이 그리스 인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조지아는 그들을 못 마땅히 여긴다. 하지만 그녀는 삶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관광객들과 인생의 케피(열정)를 중시하는 푸피를 만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영화에서 그리스라는 도시의 매력은 이야기의 흡입력보다 더 큰 요소로 작용한다. 아테네, 델포이,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사상 두 번째로 촬영된 아크로폴리스까지 책에서만 접했던 그리스의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선보인다. 또한 지중해, 미코노스 섬 등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광경을 영상으로 전하며 관객의 시선을 잡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톰 행크스가 제작을 맡은 <나의 로맨틱 가이드>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 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를 이끌고 있는 조지아 역의 니아 발다로스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에 이어 완숙한 연기로 평범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선보인다. 이 밖에도 <영혼을 그대곁에>, <홀랜드 오퍼스>의 리차드 드레이퓨즈는 조지아에게 조언을 해주는 어브역으로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고, 톰 행크스 부인인 리타 윌슨도 까메오로 출연한다.
그러나 <나의 로맨틱 가이드>는 로맨틱 코미디만이 줄 수 있는 극적 재미가 부족하다. 조지아와 푸피의 사랑 그리고 그녀와 관광객들과의 신경전 모두 다 별 다른 갈등요소 없이 평범하게만 진행된다. 하지만 힘든 일상을 잊고 잠시나마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2시간 동안의 그리스 여행은 나름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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