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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상처를 감싸 안는 따뜻한 희망
나무없는 산 | 2009년 8월 20일 목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나무없는 산>은 이미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2008년에는 토론토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동경필름엑스영화제, 두바이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수상도 했으며, 2009년에도 베를린국제영화제,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메리카 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지지를 받았다. 국내보다는 세계의 여러 매체에서 더 뜨겁게 극찬했다. 뉴욕타임즈, 버라이어티, CNN, 할리우드 리포터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언론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 그 안에서 발견하는 희망에 관해 놀라움을 표했다. 실제 눈으로 확인한 <나무없는 산>은 이들 언론의 평이 과장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진(김희연)과 빈(김성희) 자매는 엄마(이수아)와 살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학업을 중단하고 지방의 고모(김미향) 집으로 보내지는 아이들. 엄마는 아빠를 찾을 때까지 고모와 함께 있으라며 돼지 저금통을 준다. 돼지 저금통이 꽉 차면 그때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매는 낯선 지방에서 아이들을 짐처럼 여기는 고모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메뚜기를 잡아다 구어 팔며 동전을 모으고, 100원짜리를 10원짜리로 바꾸며 돼지 저금통을 채워나가는 자매. 이내 꽉 찬 돼지 저금통을 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는 자매에게 온 것은 아이들을 외가로 보내달라는 엄마의 편지. 시골 외가로 가던 진은 이제 엄마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빈은 언니에게 엄마가 언제 오냐고 계속 묻기만 한다. 낯선 시골, 아이들에게 관심 없는 외할아버지와 달리 외할머니는 진과 빈을 사랑으로 감싼다. 그저 귤과 고구마를 나눠먹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전부지만, 곧 진과 빈은 시골에서의 삶에 적응한다. 외할머니의 찢어진 신발을 보고 돼지 저금통을 내밀고, 산을 뛰어다니며 희망을 노래를 부른다.

이 이야기는 간단하게 축약이 가능하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던 진과 빈 자매는 지방의 고모 집과 시골의 외가를 전전하며 힘겨운 생활을 한다는 것. 매우 간단하게 정리가 가능하고, 또 이런 줄거리에서는 아이들의 힘겨운 삶과 서러운 생활 등이 예상된다. 어린 두 자매의 고난을 다루는 영화일 것이라는 예상이 드는 순간, 영화는 너무나 고맙게도 아이들의 눈물겨운 수난사가 아닌 희망을 얘기한다. 못된 고모와 무신경한 외가로 설정해 아이들의 삶을 더 피폐하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무없는 산>은 아이들을 내세워 동정을 이끌어내는 영화가 아니다. 아이들을 안쓰럽게 보이도록 하고, 그들의 힘겨운 삶에 눈물을 쥐어짜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작은 사랑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나무없는 산> 최고의 감동 요소는 아이들의 연기다. 태어나서 연기를 처음 하는 두 아역 배우는, 전문 배우도 아니다. 언니 진 역을 맡은 김희연은 김소영 감독이 14개 유치원 및 초등학교를 방문한 끝에 찾아낸 인물이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던 김소영 감독은 “바로 이 아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동생 빈 역을 맡은 김성희는 더 드라마틱하다. 실제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김성희는 봉사활동을 하던 동료들이 보내준 사진을 보고 캐스팅을 했다. 하지만 어디서 연기를 배우지도 않은 이 천재 소녀들은 감독과의 꾸준한 교감을 통해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언니 진을 맡은 김희연은 일상성과 특별함을 모두 갖춘 배우인데, 절제된 서러움을 바탕으로 비정한 현실을 알아가는 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평범하고 간단한 영화 속 이야기는 이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엄청난 감동을 전한다.

물론 이들과 소통한 김소영 감독의 섬세한 연출도 크게 작용했다. <방황하는 날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김소영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 한국적이고 지역적인 색채를 강조했다. 부산 출신으로 12살 때 LA로 이주한 감독은 자신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감정적인 디테일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 힘겨운 삶을 살며 미국으로까지 이주해야 했던 상황은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감독은 그 동안 잃어버렸던 인생의 기억을 되찾고 또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의미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그런 이유로 밥 먹고, 잠자고 하는 평범한 일상에도 풍부한 감정이 담겼고, 작은 표정과 동작 하나에도 인물의 마음이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일상을 담아내지만, 배우들의 작은 표정을 세세하게 담아낸 클로즈업은 관객을 객관적인 관람자가 아닌 그들의 삶의 일부로 만드는 힘을 지녔다. 또한 진과 빈을 중심으로 엄마, 고모, 외할머니로 이어지는 여성적인 세계관은 이 영화의 정서를 일관되게 만드는 조건이 되기도 하다.

<나무없는 산>은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등장시킨 신파가 아니다. 음악을 배제하고 클로즈업을 주로 사용한 영화 속 표현은 건조하면서도 가슴 아프다. 하지만 현실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점에 근본적인 감동이 있다. 힘겹지만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진과 빈. 쓸쓸하지만 그 안에서 상처를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을 찾는 자매의 이야기는, 슬픔에서는 눈물을 짜내야 하고, 코미디에서는 박장대소를 해야 한다는 영화적인 강박을 덜어낸 담백하면서도 진정성이 담긴 작품이다.

2009년 8월 20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두 천재 소녀의 놀라운 연기를 보고 싶다면
-아직 이 세상에는 따뜻한 희망이 존재한다는 믿음
-신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진짜 감동을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오락적 기능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10점까지도 줄 수 있다
-‘독립영화 =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 예술영화’라는 선입견
-대부분을 차지하는 클로즈업이 극장 위치에 따라서는 다소 어지러울 수도
-이야기의 속도가 느리다는 점은 확실하다
22 )
kisemo
잘봤습니다~   
2010-03-24 16:01
nada356
와우 점수 대박!   
2009-12-03 22:34
ldk209
아이들은 노래부르고 나는 울고....   
2009-08-30 18:36
skdltm333
작품성 만점..대단하네요~   
2009-08-30 17:25
clay92
예매했는데, 평이 좋네요.   
2009-08-27 23:18
cipul3049
와 작품성 10개 간만에 나오셨네요.
그것도 독립영화가..   
2009-08-27 16:53
astrables
영화를 보고 나서도 감동이 멈추질 않았어요~^^ 아이들 귀여워요   
2009-08-27 10:26
alcanpel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은 영화   
2009-08-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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