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이라는 빡빡한 틀 안에서 친구라는 존재는 다양한 감정을 유발시키며 내 옆에 자리 한다. 때로는 피를 나눈 부모, 형제보다도 더 가깝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자가 되기도 하며, 또는 시기와 질투, 연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복잡 다변화 하는 친구라는 존재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통해 더욱 친밀해 지거나, 혹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또 다른 친구로 대체되기도 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가끔 들추어지는 어느 한 순간의 기억을 공유하거나, 그로 인해 추억을 곱씹어 보는 아련한 존재로 세상에 남는다.
에미(이시바시 안나)에게 있어 친구라는 존재는 바로 이런 아련한 존재다. 사고로 인해 다리를 절뚝이고 성격까지 유연하지 못했던 그녀. 지금은 프리스쿨에 선생님으로 있으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그녀는 학교를 취재하러 온 나카하라(후쿠시 세이지)에게 점점 마음을 연다. 자신이 찍어둔 수많은 구름 사진과 그 사이에서 발견되는 인물 사진을 통해 과거로 흐르는 기억. 그 기억 안에서 그녀는 다리가 불편한 자신과 언제나 같은 속도로 함께해준 유카(키타우라 아유)부터, 우정 때문에 고민하던 하나(요시타카 유리코), 공부 짱, 운동 짱인 자신의 남동생 분(모리타 나오유키)을 동경했던 소년. 그리고 그러한 분을 질투했던 선배 사토(에모노 토키오)까지. 차분히 흔적을 상기한다.
에미가 과거를 떠올리는 감정의 울림은 매우 담담하다. 이것은 영화 내내 자주 등장하는, 아주 먼 거리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카메라의 객관적 시선과 호흡을 같이 한다. 정지된 카메라 안에서 배우들은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듯 소소하게 움직이고, 그로인해 감정의 증폭 또한 크지 않다. 이것은 본인들에게는 굉장히 대단한 일 같지만, 따지고 보면 인생에 있어 아주 작고 소소한 일일 수 있는 학창시절의 모습을 닮아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담담히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설명적이지 않은 배우들의 몸짓과 각각의 에피소드 마지막에 반복적으로 들리는 음악은 모든 감정을 ‘순수’라는 청춘의 덕목으로 향하게 한다.
영화에서 구름이라는 소재는 중요하다. 특히 에미와 유카가 찾고자 하는 폭신폭신 구름은 그들의 따뜻한 우정을 상징함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이유로 함께 할 수 없는 그들을 영원히 가슴 안에서 이어주는 매개체다. 간혹 폭신폭신 구름이나 기타의 감상적인 그들의 대화가 너무 동화적이어서 현실과 괴리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굴러가는 가랑잎에도 웃는다는 소녀들이기에 미소가 지어진다.
<유어프렌즈>는 일본의 인기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의 동명 소설 ‘친구가 되기 5분전’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바이브레이터>로 잘 알려진 ‘히로키 류이치’ 감독이 연출을 했다. 그는 영화의 여러 요소들 중에 절대적인 ‘감성’에 치중하여 이야기를 이끌었다. 영화에서 기억으로 생성되는 추억은 미래의 어딘가로 향하지 않고 오직 과거에만 머문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누군가와 나눈 추억이 인생에 있어 점점 작은 부분으로 변해간다는데 있다. 하지만 친구를 떠올리며 흘리던 에미의 반짝이는 눈물은, 과거의 어느 한 순간 서로의 마음이 분명 ‘소통’했음을 느끼게 한다.
2009년 3월 2일 월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