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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탐욕이라는 히드라와 대면했을 때의 우리의 자세
인터내셔널 | 2009년 2월 20일 금요일 | 박정환 객원기자 이메일


함께 사건을 수사하던 동료가 눈 앞에서 살해당한 인터폴 형사 루이 샐린저(클라이브 오웬)는 동료의 살해 사건이 IBBC 은행과 연관 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에 뉴욕 지방검사 엘레노어 휘트먼(나오미 왓츠)과 블랙 머니 게임의 배후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외압과 증거 묵살 등을 경험하고, 이들이 상대하는 IBBC는 전세계 190개국의 금융업무만을 전담하는 은행이 아니라 헤즈볼라와 CIA, 중국과 미국, 러시아 마피아 등의 비호를 받으며 무기 암거래와 쿠데타 지원에도 깊숙이 개입하는 거대 이익집단임을 알게 된다.

영화 초반부에 동료가 체내에 독극물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살해당하는 시퀀스는 <마이클 클레이튼>(2007)과 일정 부분 오버랩 된다. 중국제 미사일 부품 암거래라던가 라이베리아의 쿠데타 성공과 같은 정치적 사건의 배후에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길이 배후에 있음을 영화는 음모론을 통해 보여준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예외 없이 일어나는 경제 불황이라는 암울한 그늘 뒤에는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황금만능주의적 신기루를 대책 없이 쫓아간 금융기관들의 모럴 해저드가 자리 잡고 있었음을, 영화에서는 음모론의 배후인 IBBC의 작태를 통해 우회적으로 꼬집는다. IBBC가 불법을 스스럼없이 자행하게 된 이유가 핵심 권력의 쟁취와 이윤의 극대화 추구라는 영화 속 설정이, 현재 대공황의 원인 제공자인 미 금융기관들의 모럴 해저드와 시의적절하게 맞아떨어지기에 그렇다.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각국 정부의 수뇌부와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IBBC의 거대한 탐욕은 ‘International’이라는 영화 제목이 함축적으로 대변한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동선이 베를린, 밀라노, 뉴욕, 이스탄불을 거치는 데에는 관객들에게 각 도시들의 시각적 현란함을 제시함과 더불어 동선 자체가 영화 제목을 대변하기에 그렇다. 탐욕이 타락을 낳고, 이 타락은 철저한 진실 은폐와 피를 부른다. IBBC는 피를 먹고 자라는, 탐욕이 생존의 원천이 되는 생명체에 가깝다. IBBC를 생명체라고 하는 표현을 쓰는 연유에 관해서는 이 영화의 결말을 목도하면 알 수 있다.

영화 속 다국적 은행 IBBC는 1970년대 파키스탄 BCCI 은행 스캔들을 모티브로 한다. (BCCI는 IBBC와 철자가 흡사하지 않은가) BCCI는 돈세탁과 무기거래, 국가기밀 정보수집, 테러지원 등 역사상 최대 금융범죄를 저지른 은행으로 이들의 범죄는 무려 20여 년간 자행된다. 영화는 진실을 숨기려는 초거대 이익집단과 체포 권한이 없는 인터폴이지만 진실을 밝히려는 개인이 스크린에서 충돌하는 전형적인 스릴러 공식을 지니면서도 액션의 정수를 보여주는 구겐하임 박물관에서의 총격 시퀀스는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한다. 주목해야 할 캐릭터 가운데 한 명은 단연 동독 비밀경찰을 역임한 경력이 있는 빌하임 벡슬러(아민 뮬러 스탈)다. IBBC의 핵심멤버 가운데 한 명인 그가 루이의 손을 들어주게 된 심리적 동인은, 진실을 밝히는 데에 일조함으로 속죄받기 위함이라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스릴러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점층적인 연출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하나 영화는 동선이 이스탄불로 진행될수록 점층법보다는 점강법에 익숙해진다. IBBC의 핵심 수뇌부만 봉쇄한다면 다국적 은행의 악행이 무력화 될 것이라는 순진할 발상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가 대적했던 ‘히드라’와 같은 속성을 IBBC도 그들의 시스템 가운데 체득화 했었음을 루이가 진작에 깨달았더라면 영화의 결말은 현격하게 달라졌을 것이다. 탐욕이 어떤 방식으로 생명체처럼 재생산 될 수 있었는지에 관해 루이는 너무 순진한 사고방식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에 말이다.

2009년 2월 20일 금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평소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음모론이 자리 잡고 있다고 믿는 일종의 X-File 신봉자
-현란한 슈팅 액션을 원했던 관객
-탐욕이 어떤 방식으로 은폐되고 재생산 되는지에 관해 관심 있는 관객
-복잡함은 지금의 직장만으로도 족해: 영화관에 와서까지 나는 정말 머리 쓰기 싫다는 관객
-부조리 전복의 쾌감을 원하는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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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maximus
보고싶은 영화인데,평이 나쁘진 않군요.^^   
2009-02-20 18:11
ldk209
흠.. 생각보다 작품성이 낮네... 그래도 나오미 왓츠는 보고 싶다...   
2009-02-2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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