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에너미 앳 더 게이트 | 2001년 6월 26일 화요일 | 고원
한 사람의 여자가 두 사람의 남자와 벌이는 사랑의 이야기 가운데 영화로 크게 성공한 작품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이 작품은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의 귀감이 된다. 그것은 미국 정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미화시킨 작품으로서 할리우드의 신화를 창출하였다. [진주만]도 이 영화와 많은 점에서 통한다. 마가렛 미첼의 소설은 1936년에 출판되었다. 진주만의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의 일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스칼렛은 애슐리를 사랑하지만 결국 레트 버틀러와 결혼한다. 레트는 실용적인 미국인을 구현하는 인물이다. 스칼렛은 레트와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애슐리를 그리워한다. 그는 이미 멜라니와 결혼한 몸이다. 애슐리에 대한 그녀의 그리움은 레트와의 결혼생활을 마비시킨다. 결국 레트는 그녀를 떠난다. 그녀의 좌절은 반복된다. 그러면서 그녀의 좌절은 영화의 흥미와 긴장을 끌고 간다. 스칼렛은 여자가 있는 남자를 사랑한다. 소설에서 그녀는 16살의 어린 처녀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와 결혼한다.
애슐리와 레트 사이에서 좌절한 스칼렛의 사랑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후 [진주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그 깊고 강렬한 파문을 남기며 다채롭게 변주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전쟁의 부상병으로 가득한 야전병원의 장면을 서로 비교해 보라. [진주만]의 애블린은 스칼렛과 멜라니를 한 사람으로 결합한 인물처럼 보인다. 우연치 않게 <문 앞의 적>에서도 비슷한 야전병원의 장면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롤리타 콤플렉스와 쌍을 이루는 스칼렛 콤플렉스는 강력한 사랑의 신화에 매달리는 스칼렛의 갈등을 남북 전쟁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레트와 끊임없이 연관시키며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다. 그것은 또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그늘 아래서 더 큰 성공을 꿈꾸며 끊임없이 좌절하면서도 그 끈질긴 생산력을 과시하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이런 문맥에서 스칼렛의 고향인 타라는 바로 할리우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