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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었던 동화는 몽땅 가짜였다?
슈렉 | 2001년 6월 25일 월요일 | 모니터 2기 기자 - 박우진 이메일

1996년인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베드타임 스토리'라는 책이 처음으로 출판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베드타임 스토리 1,2'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정치적으로 올바른 홀리데이 스토리'까지 시리즈로 나왔던 것 같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이 책들의 내용은 기존 동화를 '뒤집는' 것이었다. 치열하게 외모를 경쟁하던 백설공주와 왕비는 그런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 함께 여권운동을 했다더라.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는 꽉 끼는 드레스를 벗자 활활 자유로워졌다더라. 100년동안 잠들어 있던 숲 속의 잠자는 공주는 그동안 이를 닦지 못해서 고약한 입냄새가 났다더라. 부모에게 버림받은 헨젤과 그레텔은 숲 속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환경보호 운동을 펼쳤다더라... 뭐 이렇게 엉뚱하고 기발하게 뒤틀린 동화들을,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이불 속에서 끽끽대며 즐거이 읽었었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그래서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일련의 동화들, 그 구태의연함을 신나게 비웃는 초록색 괴물 슈렉과 함께 몸을 앞뒤로 크게 흔들어 가며 깔깔대다가 갑자기 그 동화들이 떠올랐다. [슈렉]의 줄거리는 여기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이 엽기적인 애니메이션을 신나게 즐기려면 전체적인 맥락보다는, 구석구석 숨겨진 세세한 즐거움을 더 많이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동화며 영화를 패러디한 장면들, 아는 만큼 보이리라. 나는 영화를 만나기 전 뜻하지 않게, 몇몇 장면을 벌써 접해버려서 슈렉 녀석을 바라보는 내내 아쉬웠기에,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까지 그런 아쉬움을 전염시키고 싶지 않다.

동화는 가장 순수한 동시에 가장 위험한 장르이다. 주 독자인 아이들을 물들임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동화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킴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악용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바른' 동화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물론 [슈렉]이 이런 거창한 주제로 기획된 프로젝트는 아닐 것이다. 기존의 동화를 독점하듯 세계에 유포시킨 D모사(심지어, 상업적인 목적으로 원작동화를 제멋대로 바꾸기도 한)에 대한 배알 꼬인 감정도 한 몫 했을 거고, 고정관념을 희화화함으로써 참신한 유희를 창조해보자 뭐 그런 의도에서 만들어진 영화일 게다. 그럼에도 이 발랄한 3-D 애니매이션에는 비뚤어진 동화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고, 그 환상을 와장창 깨뜨리려는 우악스런 시도가 눈에 띄어, 흐뭇하게 반갑다.

잘못된 아름다움의 기준, 잘못된 남녀 관계, 잘못된 선입견과 흑백논리로 점철된 기존 동화책의 책장을 사정없이 북북 찢어버리자. [슈렉]을 신호탄으로 이제 우리가 읽고 듣고 볼 동화는 바뀌어야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7 )
kbrqw12
감사   
2010-08-19 11:58
mckkw
재밌네   
2010-06-16 02:48
ejin4rang
진짜로   
2008-10-17 08:39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6:21
pyrope7557
슈렉이 당근 멋진 왕자님으로 짜자잔 변신할 줄 알았는뎅...
그런데...피오나 공주가....
반전동 좋았어용.   
2007-07-19 14:40
kangwondo77
우리가 읽었던 동화는 몽땅 가짜였다   
2007-04-27 15:28
ldk209
기발한 전복.. 상상력...   
2007-01-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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