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의 이름은 ‘볼트’다. 그리고 생명체의 분류로서 강아지다. 하지만 볼트는 우리가 흔히 보는 강아지들과는 꽤 큰 차이를 둔다. 그는 TV시리즈에 등장하는 최고의 동물 스타이고, 촬영대기 장소에서도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목에는 ‘헐리우드’라는 사람도 감히 접근하기 힘든 고유명사를 달고 다니는 녀석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문제가 있다. 현실과 TV속 자신의 모습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 바로 스스로를 진정한 슈퍼히어로라 믿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 울음 한방에 건물도 무너지고, 눈에서 레이저도 나오고, 발로 악당 어깨 한 번 툭 내리치면 그냥 나가떨어지는 줄 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능력으로 사랑스러운 소녀 ‘페니’를 지키는 것이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라고 믿는다.
볼트의 이런 영웅착각증상은 페니가 악당에게 납치되는 씬을 찍으면서 절정에 달한다. 촬영 종료 후 스텝들에게 둘러싸여 귀중한 보호를 받고 있을 페니를 구출해 내고자 요리 조리 숨던 볼트는, 결국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되어 헐리우드와 상당히 먼 어느 곳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그곳 어딘가에서 건방지고 이기적이며 까칠한, 하지만 상처입고 외로운 영혼인 고양이 ‘미튼스’와 볼트를 맹신하는 햄스터 ‘라이노’를 만난다. 볼트는 그들과 여정을 시작한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했던 소녀 페니를 만나기 위해서. 하지만 그는 여정 속에서 중대한 사실 한 가지를 알아버린다. 바로 자신이 진짜 슈퍼히어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화의 흐름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초반부는 착각, 중반부는 의지, 결말부는 진정한 영웅 탄생. 이러한 흐름은 볼트의 감정 상태에 기대어 이루어진다. 자신을 슈퍼히어로라 착각하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헐리우드라는 좁은 우물을 넘어서 세상에 나온 그는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탄식한다. 마치 자신의 세상 안에서는 뭐든 다 할 것 같지만 그것의 경계선을 조금만 벗어나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 고립된 인간처럼. 그리고 인간이 그러한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볼트도 냉정하게 영웅이 아님을 말하는 미튼스의 도움으로 자신을 깨어나가고, 대중속의 화려한 세상이 아닌 그저 평범한 강아지의 모습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볼트>는 동물이 등장하는 만화지만, 여러 가지로 현실 속 인간의 모습을 닮아 있다. 화려한 스타, 사랑을 바쳤던 이에게 버려져 냉소적으로 변해버린 존재, 그리고 화려함에 이끌려 허구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스타를 맹신하는 모습 등, 세 주인공들이 느끼는 환희나 괴로움, 외로움 등의 감정은 인간들이 살아가며 느끼게 되는 감정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볼트>는 마냥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와 재밌다고만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돌아보고 그 안에 나의 모습을 비춰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안겨준다.
애니메이션에서 극을 몰입하게 하는 힘은 캐릭터의 목소리를 소화한 배우들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 볼트 역의 존 트라볼타, 미튼스 역의 수지 에스먼, 라이노의 마크 월튼, 그리고 페니 역에 떠오르는 스타 마일리 사이러스 까지.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 한 것 같다. 동물들이 등장하는 만화 영화의 일반적인 재미를 넘어선 감동까지 맛보게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단독행보를 보인 월트 디즈니 또한 3D 애니메이션 <볼트>를 통해 자신들의 행보에 좀 더 자신감을 얻게 되지 않았나 싶다.
2008년 12월 15일 월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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