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아라가키 유이)가 기차에 몸을 싣고 귀향하는 첫 장면으로부터 영화 속 시제는 7년 전으로 돌아간다. 당시 고교 1학년 학생이었던 미카는 학교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을 도서관에서 찾게 된다. 처음 휴대폰을 주은 남학생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매일 미카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통화만 나눔으로 그녀로 하여금 호기심과 친밀감이 커지게끔 만든다. 목소리가 아닌 실물로 만나게 된 휴대폰 습득의 주인공 히로(미우라 하루마)에게 미카는 처음엔 반감을 나타내지만 꽃밭에서 꽃을 가꾸는 히로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데, 이는 앞으로 그녀가 겪게 될 파란만장한 로맨스의 첫 관문이었다.
이 영화 속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장소는 세 군데다. 이들 장소를 통해 주인공들의 아기자기한 로맨스 혹은 가슴 아픈 사연들이 전개되기에 말이다. 미카에게 일어나는 추억과 사랑의 사건은 첫 번째로 도서관에서 시작된다. 도서관에서 히로와의 사랑의 인연이 되는 휴대폰을 찾게 되고, 임신의 계기가 이뤄지는 장소이자, 이들 커플만의 비밀의 아지트 역할을 하면서 말이다. “당신은 행복했습니까?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라는 도서관 칠판 속, 사랑의 과거시제가 “너무나도 행복합니다.”라는 현재진행형으로 바뀜은 미카의 사랑이 과거의 옛 추억이 아니라 현재시제로 다가옴을 보여준다.
도서관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장소는 하늘이다. 히로의 실체를 알기 전 호기심으로 휴대폰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밤을 꼬박 새운 미카가 전화상대 속 히로와 연결점을 찾게 되는 인연이 바로 상공의 비행기 제트기류였으며, “하늘이 되어 언제나 너를 지켜보겠다.”고 말한 히로와의 정신적 유대를 갖게 되는 장소도 바로 하늘이다. 영화 속 첫 장면에서 미카가 기차 속에서 되뇌인 대사 속에서도 하늘이 언급될 만큼 하늘은 이들 커플에게 뜻 깊은 의미를 지닌다.
마지막 세 번째 장소는 화단이다. 화단은 미카가 히로에게 반해버린 장소이자, 유산된 아기를 기리기 위해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 12시에 방문하기로 약속한 곳이며, 동시에 이곳이 아니었다면 히로와의 재결합이 영영 불가능했을 장소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인물은 바로 조연급인 케이대학교 재학생 유우(코이데 케이스케)다. 유우라는 착한 조연이 아니었더라면 미카는 대학교 입학도, 부모의 이혼이라는 가정 파탄의 방지 어느 한 가지의 성취도 절대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가 미카를 지극정성으로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놓아준다는 설정은 사랑이라는 히로-미카 커플의 판타즘을 위해 희생됨을 보여준다.
‘연공 코이조라’라는 모바일 소설이 이 영화의 원작으로 당시 일본 내에서 1200만 명의 독자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보노라면 우리나라에서 귀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늑대의 유혹>과 같은 트렌드의 소재가 많이 오버랩 된다. <늑대의 유혹>이 불량청소년과의 사랑 그리고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는 극적 소재와 오버랩 된다면 <연공 : 안녕, 사랑하는 모든 것>은 이보다 더 극적인 소재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 강간과 임신, 유산과 같은. 여주인공 미카가 고교1학년 때부터 대학1학년 때까지 4년 동안 겪는 경험의 스펙트럼은 원작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십대가 겪기에는 너무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구성된다.
이런 일련의 충격적 소재들이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다는 영화 속 설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확고한 로맨스를 구축하기 위한 극적 구성에 몰두하도록 바라보거나 혹은 청소년들의 일탈을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미화할 수 있느냐는, 뻔한 사랑이야기로 치부하고 시니컬하게 관조하는 상반된 두 시각으로 바라보게끔 만든다. 그리고 이 두 관점 중 관객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극적 소재 배치에 따른 영화적 구성과 감흥은 각기 다르게 보인다.
2008년 11월 18일 화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