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최초평가! 로큰롤 제왕에게 영원을 바친 필름의 거장
샤인 어 라이트 | 2008년 8월 21일 목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롤링 스톤즈’가 길 바닥의 구르는 돌멩이만큼의 관심거리도 안 되는 이에게 이 영화를 권하기란 힘들지 모를 노릇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담긴 공연이 어떤 극영화만큼이나 가치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근거는 그 무대가 롤링 스톤즈의 것이기 때문이다. 1962년 런던의 클럽에서 데뷔해 ‘비틀즈(Beatles)’와 함께 브리티쉬 인베이션(British invasion)의 신화를 쌓아 올린 로큰롤의 악동들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단단한 팀워크를 자랑하며 여전히 패기만만하게 살아있다. 2005년, 13번째 정규앨범 타이틀 ‘A bigger bang’을 발표하며 이뤄진 월드투어이자 최다수익을 기록한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Bigger Bang tour’ 중 뉴욕의 비콘 극장(Beacon Theater)에서 이뤄진 공연실황을 담아낸 <샤인 어 라이트>는 이 밴드의 거창한 역사를 뜨겁지만 담백하게 소개하는 스포트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9년, 마이클 워드라이가 우드스톡 페스티벌을 촬영한 20시간 분량의 필름을 4시간 가량으로 편집해 <우드스톡>을 완성한 장본인이 마틴 스콜세지임을 제시한다면 <샤인 어 라이트>의 설득력은 더해진다. 게다가 밥 딜런의 도발적인 이미지들을 생생히 기록하며 뮤지션의 모호한 내면을 들춤으로써 그 아우라를 강건하게 재생하는 <노 디렉션 홈: 밥 딜런>(2005)을 경험한 누군가라면 소통이 난해한 뮤지션에 대한 탁월한 접근을 이룬 마틴 스콜세지의 내공을 이미 알고 있기에 <샤인 어 라이트>의 무대가 변변찮은 라이브 클립에 불과하지 않을 것임을 예감할지도 모른다.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공연실황 라이브클립으로 치부(?) 당할 수도 있는 이 작품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고 싶다면 이 공연실황을 카메라에 온전히 담아낸 이가 뉴욕의 필름 거장 마틴 스콜세지라는 점이 든든한 근거가 되어줄 것이다.

공연을 앞둔 롤링 스톤즈 멤버들의 여유로움과 공연 셋리스트를 기다리는 마틴 스콜세지의 초조함을 대비시키며 출발하는 <샤인 어 라이트>의 초반부는 긴 세월 동안 자기 존재를 증명하며 살아남은 뮤지션과 영화감독의 치열한 대립구도를 은밀하게 드러낸다. 밴드의 생존력을 여전히 무대에서 증명하는 뮤지션의 풍모와 필름을 관통한 시선으로 긴 세월을 관조한 영화감독의 치열한 자의식은 중후한 관록의 형태로 융합되어 영화에 기운을 불어넣는다. 이는 결국 공연을 기다리는 공연장의 관객들만큼이나 카메라를 통해 무대를 보게 될 관객들의 긴장을 불어넣는데 적합한 역할을 한다.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기 전, 마틴 스콜세지는 공연 이전의 풍경들을 끌어와 무대의 열기를 이루기 위한 발화점의 온도를 찾는다. 비로소 롤링 스톤즈의 무대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무대를 향한 객석의 열기는 적절한 온도로 상승하고 이내 마틴 스콜세지의 슛 사인과 함께 시작되는 첫 번째 넘버 ‘Junpin’ Jack Flash’와 함께 세차게 가열된다.

19곡의 셋리스트로 이뤄진 공연은 관객들의 열광만큼이나 멤버들의 나이를 믿기 힘들 정도로 무대에 넘치는 활력을 거침없이 분출한다. 간단히 말하면 이건 끝내주는 공연이다. 앙상하지만 섹시하게 하늘거리는 몸동작으로 열정적인 보컬을 선사하는 믹 재거의 무대 장악력과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우의 모델로 알려진 키스 리차드의 독특한 패션만큼이나 시선을 빼앗는 기타연주와 무대매너는 단연 훌륭하다. 또한 키스 리차드의 기타를 보완하는 로니 우드와 그들의 뒤에서 차분하게 드러밍에 집중하는 과묵한 찰리 와츠는 파수꾼처럼 무대를 든든하게 이룬다. 또한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의 잭 화이트, 블루스의 장인 버디 가이와 팝의 뮤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게스트로 등장하며 특별한 즐거움을 더한다. 총 16대의 카메라는 세련되면서도 박력 있게 무대 너머로 흐르는 열기를 생생하게 포착한다. 특히 곡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롤링 스톤즈의 과거 인터뷰 장면을 비롯한 기록들은 롤링 스톤즈의 오랜 여정을 서술하며 무대의 저력에 깊은 감상을 부여한다. 오랜 관록으로 카메라를 조율하는 마틴 스콜세지의 깊은 음악적 조예는 인물에 대한 탁월한 접근적 시선을 더하며 <샤인 어 라이트>에 깊이 있는 열광을 부른다. 게다가 그것은 관객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지 않으면서도 그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의 표정을 예상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가 지켜봤던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스크린이 무대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샤인 어 라이트>는 그저 롤링 스톤즈의 명곡들이 담긴 라이브 실황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스크린을 통해 무대를 재현하는 일종의 체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롤링 스톤즈의 무대와 그것을 바라보는 마틴 스콜세지의 시선은 거대한 관록의 시너지를 이룬다. 연륜 있는 필름거장은 위대한 라이브 제왕의 무대에 영원을 헌정한다. 그리고 그 무대를 바라볼 주체는 바로 관객이다. 비로소 2시간 여의 공연이 끝나고 무대 밖으로 퇴장하는 밴드의 뒤를 쫓는 카메라는 하늘로 솟아올라 뉴욕의 거대한 야경을 비춘다. 그 풍경과 함께 흐르는 넘버 ‘Shine a light’의 가사, ‘shine a light on you’처럼 조명은 무대를 비추지만 그건 결국 객석에 앉은 당신을 위해 비춰지는 빛이다. <샤인 어 라이트>는 당신을 위해 마련한 VIP석이다. 실로 그 무대를 즐길 줄 아는 관객에게 <샤인 어 라이트>는 실로 비좁은 상영관의 좌석을 박차고 일어나 몸을 흔들며 환호하고 싶을 만큼 전율적인 흥분을 선사한다.

2008년 8월 21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롤링 스톤즈의 라이브를 마틴 스콜세지가 포착했다. 실로 위대한 만남!
-당신이 이 라이브를 보기 위해 지불했을 비용을 단돈 8000원으로 세일한다. 감동적인 가격!
-롤링 스톤즈의 로큰롤을 모른다 해도 이 라이브를 즐기는데 큰 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대를 바라보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의 열기가 그대를 자극한다. 그렇다고 헤드뱅잉은 금물.
-롤링 스톤즈를 몰라도 영화를 볼 순 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공연장도 안 가는데, 공연을 극장에서 보랴?
13 )
kisemo
기대되네요   
2010-05-15 13:55
nada356
잘 읽었습니다.   
2009-12-14 22:37
d9200631
글쿤요   
2008-10-05 12:22
ejin4rang
꼭봐야겠네요   
2008-09-26 10:11
podosodaz
꼭봐야징~   
2008-09-12 11:32
cats70
멋집니다   
2008-08-29 10:09
ldk209
역시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2008-08-28 22:38
jeffsmith
나도 이미 예매...ㅋㅋㅋㅋ   
2008-08-28 16:18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