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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21세기형 현실주의 웨스턴!
3:10 투 유마 | 2008년 2월 18일 월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존 웨인을 앞세운 원조 웨스턴과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앞세운 마카로니 웨스턴, 그리고 웨스턴의 가치전복을 지목하던 수정주의 웨스턴 이후, 명맥이 끊긴 웨스턴 무비는 21세기에서 이미 과거완료형 장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3:10 투 유마>(이하, <투 유마>)는 장르의 진보적 쾌거까지는 아니더라도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장르의 새로운 양자로서 주목될 만하다.

1957년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투 유마>는 서부극의 원형을 따르고 있다고 보긴 애매하다. 물론 <투 유마>는 웨스턴 무비가 지닌 환경성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며 장르의 전형적인 보편성을 형태적으로 재현하고 있으나 총잡이의 낭만에 심취하거나 이를 묘사하는데 과잉 집착하지 않으며 혹은 한편으로 그 폭력성을 거칠게 표방하지도 않은 채 기존 장르의 구도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몇 차례 허물을 벗은 웨스턴 무비가 지니고 있던 감정 매개의 본연에 충실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투 유마>가 자신의 존재 의미에 방점을 찍은 지점은 어디인가?

<투 유마>는 웨스턴의 외모를 가꾸고 있지만 장르적 함의에서 버디무비의 속성에 가깝다. <투 유마>가 공을 들인 부분은 캐릭터, 그 중에서도 댄 에반스와 벤 웨이드다. 영화는 두 인물의 개인적 사연과 심리적 변화, 그리고 관계의 개선을 집중적으로 묘사하며 장르의 표피보다 캐릭터의 내부 구조를 면밀히 살피게 만든다. <투 유마>는 ‘죽음의 무법자(The deadly outlaw)’들이 활개치는 시대적 기운을 담보로 장르의 외형을 건축하지만 개인의 심리 묘사에 치중하며 캐릭터 중심의 웨스턴 무비를 완성한다.

20세기 초,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미국 서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 <투 유마>는 그 시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지만 그 안에 담긴 패러다임은 현시대에서 유효하다. 벤 웨이드와 댄 에반스는 단순히 선과 악이라는 양극단의 구분을 두지만 벤 웨이드가 상실감을 토대로 변모한 입체적인 악인이라면 댄 에반스는 보존성을 토대로 유지된 전형적인 선인이란 점에서 캐릭터의 보완을 이룬다. 게다가 두 캐릭터가 이루는 점접은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비롯된다. 벤 웨이드는 자본을 약탈하며 삶의 풍족을 누리지만 항상 누군가로부터 추격을 당하거나 쫓기는 범죄자이며 정착한 가장인 댄 에반스는 삶의 안정을 도모할만한 여건이 충분하지만 경제적 기근에 시달리는 무기력한 가장이다. 두 캐릭터는 충돌을 야기할만한 위치에서 존재하는 대립각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극의 진행과 함께 상대방의 내면에 잠재된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한 적임자로서 서로에게 작용하기 시작한다.

<투 유마>는 장르의 외형을 기반으로 인물의 내면심리의 추이를 쫓는데 치중했다. 게다가 시대가 지닌 기운보다도 인물이 지닌 개인적 내면에 집중한 <투 유마>는 자본주의와 개인주의라는 21세기 가치관을 접목한 현실주의 웨스턴을 선보인다. 5세 때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벤 웨이드가 성경책 구절을 인생의 가치관으로 섭렵하고 이를 자신의 행동 강령으로 숙지하는 것처럼, 남북전쟁 당시 한 쪽 다리를 잃은 댄 에반스가 가장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목숨을 건 호송임무에 나서고 종래에 스스로가 감춰둔 치부를 회복하려는 것처럼 상실과 치유는 두 캐릭터의 연대감을 상생시키고 <투 유마>는 이를 통해 심리적 개연성을 확고히 밀고 나간다.

물론 벤 웨이드의 감정 변화를 극적으로 몰아가는 결말부는 지나친 감상주의적 태도에 몰입한 것 같아 다소 여운을 탁하게 흐리지만 긴장감과 설득력을 지닌 이야기 흐름과 캐릭터의 완성도에 있어서 <투 유마>는 감상의 묘미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장르의 영향권 안에서 도태되지 않고 자신의 주제의식을 다진 <투 유마>는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고전 장르의 변모이자 새로운 도전으로서 평가될만하다. 이는 동시에 <처음 만나는 자유><아이덴티티><앙코르>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새로운 구경(口徑)이란 점에서 흥미로운 호감이 발생하며 러셀 크로우와 크리스찬 베일의 호연은 그를 뒷받침하는 좋은 탄환이 된다.


2008년 2월 18일 월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러셀 크로우 vs 크리스찬 베일, 보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운 두 남자배우의 호연!
-마치 한국의 김지운 감독처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할리우드의 제임스 맨골드 감독
-간지가 생명인 그 시절의 총잡이들이 아니올시다. 한물간 복고에 연연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21세기에 돌아온 황야의 무법자들, 새로운 시대에 찾아온 웨스턴 생명 연장의 꿈.
-20세기 초, 무법과 개발이 중첩되는 미국 서부의 풍경을 잘 묘사하고 있다.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쌍팔년도 권총질? 이게 말로만 듣던 그 서부영화인가요?
-존 웨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없는 웨스턴은 허당 아닌가요?
-난 원래 웨스턴 무비 따위는 보지 않았어. 꼭 주인공은 쏘면 다 맞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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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queen1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어쩌면 그 시절 미국이 벌써 잉태하고 있을 가치관일 수도 있겠죠.
평이한 스토리인데 엄청난 사상을 부여한 것 보면 기대가 큰가 보네요.   
2008-02-20 23:16
loop1434
오랜만에 보는 웨스턴물   
2008-02-19 19:54
iamjo
21세기 서부극이라 흠....   
2008-02-19 14:39
drjed
크리스찬 베일과 러셀크로우의 호연이 빛을 발한다.   
2008-02-19 00:52
ldk209
러셀 크로우는 모르겠지만.... 크리스찬 베일은 보고 싶다...   
2008-02-18 20:04
ffoy
개인주의와 자본주의로 대비되는 기막힌 현실주의라,,^^ 멋져요~   
2008-02-1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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