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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배우 히스 레저. 헐리웃 데뷔 초기 〈내가 너를 싫어하는 10가지 이유〉와 〈패트리어트〉로 멜 깁슨을 이은 호주 출신 섹시남의 적자로 인정 받던 이 스타는 테리 길리엄의 〈그림형제〉와 이안의 〈브로크백 마운틴〉과 같은 거장과의 작업을 거치며 배우로 인정 받았다. 광기로 재해석한 조커 역을 맡아 예고편에서부터 대단한 호평을 이끌어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의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더욱 안타깝다. 발견 직후 약물 과다복용으로 알려진 사인이 부검과 상세한 조사를 거쳐서 다른 이유로 판명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앞으로 나올 영화가 기대되던 젊은 배우의 아쉬운 마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울한 젊음, 약물이 이끈 죽음
아직 약물 과다복용에 의한 사망이라는 추정만 있는 가운데 히스 레저의 죽음을 젊은 스타의 우울증과 약물의존으로 밀어붙이기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헐리웃과 미국 연예계에 만연한 약물의존이 히스 레저의 죽음을 쉽게 설명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망 소식 이후, 약물 과다복용으로 의심된다는 사인을 언론과 팬 모두 쉽게 납득했던 것 역시 같은 이유다.
미국 연예계의 스캔들메이커로 대활약을 하고 있는 린제이 로한의 약물중독 치료와 기행은 이미 별다른 사건으로 느끼지 못할 수준이 되었고, 현재에도 많은 헐리웃 스타가 약물중독에 시달리고 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중 이미 죽음에 이른 안타까운 얼굴이 히스 레저의 사망 소식 위로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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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1955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제임스 딘과 함께 청춘스타의 아쉬운 퇴장으로 주목 받았다. 이후 10년이 지난 오늘, 리버와 함께 〈아이다호〉에 출연했던 친구 키애누 리브스는 1994년 〈스피드〉와 1999년 〈매트릭스〉의 대성공으로 대형 스타가 되었고, 동생 호아킨은 1995년 (역시 구스 반 산트의 영화) 〈투 다이 포〉로 주목 받기 시작해 1999년 니콜라스 케이지와 함께 출연한 〈8MM〉, 2000년 러셀 크로와 함께 출연한 〈글래디에이터〉,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 〈싸인〉〈빌리지〉에 연달아 출연하며 성격파 배우로 성장했다.
헐리웃 만큼이나 홍콩 영화계와도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우리 기억에는 2003년 4월 1일 홍콩 만다린 호텔에서 투신 자살한 장국영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장국영은 히스 레저나 리버 피닉스처럼 20대의 젊은 나이는 아니었고, 이미 경력도 절정을 지난 스타였지만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동안과 젊음을 유지한 왕성한 활동과 이미지로 죽음에 대한 기억에 강렬한 아쉬움을 아로새겼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어 한동안 수많은 억측을 낳았던 자살이 많았던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삶을 마감했던 이은주와 정다빈 역시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정치인과의 스캔들과 화려한 삶으로 유명했던 마릴린 먼로의 1962년 의문투성이 죽음은 공식적으로 수면제 과다복용에 의한 돌연사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X파일급 음모이론의 소재로 쓰여 젊은 스타의 죽음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지 보여준 고전적인 예가 되었다.
격정적인 삶, 마약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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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로 안타까운 삶을 마감한 팝가수들의 소사야 그것만으로도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많겠지만, 특별히 유명한 경우라면 당대의 스타로 영화배우로도 활약했던 록큰롤의 제왕(The King) 엘비스 프레슬리겠다. 죽음에 이른 당시 젊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섹시함으로 맹위를 떨치고 수많은 팬을 (아직도) 몰고 다니던 엘비스는 죽음 이후에도 줄곧 ‘사실은 살아있다’는 풍문을 낳으며 미국 팝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강렬한 카리스마로 유명했던 전설적인 여성 보컬 재니스 조플린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1970년 사망한 이후로도 여전히 수많은 영화에 생전 노래를 빌려주며 우리 곁에 남아있는 경우다.
안타까운 별이 사라졌다. 곧 유작에 해당할 〈다크 나이트〉를 보게 될 것이라 더욱 안타깝다. 항상 젊은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있기는 하겠지만, 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아쉬움은 더없이 크다.
2008년 1월 30일 수요일 |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