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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있는 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시도!
클로버필드 | 2008년 1월 21일 월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서사가 현실이라면 그것을 즐기는 당신의 취향은 재앙을 즐기는 악취미가 될 것이다. 관객은 변신로봇들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나 악당들에 맞서는 영웅의 고군분투를 즐길 뿐이지만 그 주변에 존재하는 군상들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재앙을 목격할 수 없다. 관객은 극중 인물의 위기로부터 안전 거리를 확보한 3인칭 시점의 객석에서 즐기는 타자일 뿐이다. 하지만 <클로버필드>는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오락적 행복으로 치환하는 블록버스터의 속성을 배반한다.

<블레어 윗치>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캠버전 핸드헬드 예고편이 유투브에서 배포되며 갖가지 속설을 파생시켰던 <클로버필드>는 보여주기 방식을 고집하며 오락의 전형성에 머무르던 블록버스터를 체험의 단계로 끌어올린다. 사실 <클로버필드>는 타자화된 쾌감으로 변질되는 위기의 서사와 블록버스터의 관행적인 규모를 예감하게 하며 이는 결국 유희적 감상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그 유희적 욕망을 물고 상영관으로 이끌렸을 법한 관객의 불편함 따위를 배려하지 않는 화면의 흔들림은 머리를 감싸 쥐어야 할 만큼 지독한 영화의 내적 체험으로 변질되며 관객을 쥐고 흔든다.

뉴요커들의 흥겨운 한때를 기록하던 캠코더는 뉴욕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진 자유의 여신상의 두상을 포착하며, 그 순간에 터져 나오는 경악(Oh, my god!)을 신호탄으로 아비규환은 시작된다. 흥겨운 파티를 즐기던 코스모폴리탄의 도시가 테러의 과녁이 되고 있다는 정체불명의 공황감은 어지러운 캠코더 화면에 언뜻언뜻 드러나는 그것의 실루엣을 통해 어지럽게 번져나가다가 흉악한 실체와 대면하는 순간, 끔찍하게 구체화된다. 하지만 스크린의 공포는 관객에게 마조히즘의 희열로 전가되지 않으며 심리적 공황을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달한다. 오락적 속성의 블록버스터라는 상업적 외피를 미끼로 상영관으로 유인한 관객들을 마음껏 유린한다. 오락적 쾌감을 위한 묘사적 행위로서의 리얼리즘은 이율배반적인 가학성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리얼리즘으로 변질된다. 그 형식적 변화의 참여주의적 태도에 동참할 수 있다면 <클로버필드>는 놀라운 변형물이 되겠지만 화면의 흔들림으로 인해 유발되는 현기증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지독한 배신감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클로버필드>는 포스트9.11시대의 영향력을 노골적으로 행사하면서 그것의 정치적 제스처로부터 교묘히 탈선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뉴욕을 공격하는 정체불명의 그것은 영화의 말미까지 본래 근원지점을 드러내지 않으며 그에 얽힌 의혹마저도 짐작을 벗어나지 못한다. 근본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적에게 급습당하는 뉴요커들의 당혹스런 표정은 국가의 정치적 영향력에 희생당했던 트레이드 센터 내외에 존재했을 어떤 이들의 표정과 교차된다. 또한 아비규환의 중심가에서 갈팡질팡하는 인물들의 비참한 결말은 관객의 안이함을 배반하는 한차례 반전적 행위를 거쳐 좌절감에 도달한다. 더불어 이는 말미에 등장하는 단란했던 과거로 서사를 갈아타며 충격의 여운을 배가시킨다. <클로버필드>는 여전히 포스트9.11시대의 관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뉴욕의 잠재된 심리적 불안감을 감상에 활용한다. 동시에 영화같았던 과거적 사실이 전해주던 심리적 충격을 영화적으로 플래쉬백시키는 작업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영화에서 기용한 배우들이 낯익지 않다는 것도 낯선 군중의 모습을 대변시키려는 감독의 의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혐의를 부른다.

<베오울프>가 끊임없이 기술적 진화를 꿈꾸는 할리우드의 미래를 예견하게 했다면 <클로버필드>는 형식적 탈피를 시도하는 할리우드의 새로운 욕망을 제시한다.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안이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새로운 의식은 블록버스터의 규모를 단순히 밑천으로 삼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리며 한편으론 있는 자만이 가능한 여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그 놀라운 체험은 시각적인 고통까지 동반하여 보는 이의 눈총을 살 가능성도 충분하기에 이에 대해 충분한 심적 대비를 권유한다.

2008년 1월 21일 월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블레어 윗치>의 방식으로 만든 블록버스터. 도전적인 양식으로 유발하는 오락적 흥미!
-소재의 다양화에서 방식의 다양화로, 있는 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할리우드의 새로운 도전
-캠으로 찍던, 지독한 핸드헬드건, 규모로 압도하는 블록버스터의 스케일은 유효하다.
-뉴욕, 포스트9.11시대, 지정학적 불안을 심리적으로만(!) 이용하는 센스 혹은 넌센스
-풍이라도 왔는지 사시나무처럼 흔들리는 카메라. 멀미 난다. 기미테라도 붙이시던지..
-객석까지 전해지는 가학적인 현장감, 타인의 불행을 만끽하려 했던 그대의 입질이 가장 큰 불행
-그많던 할리우드 스타들은 모두 다 어디로, 이미 뉴욕을 피신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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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queen1
마녀를 확인하는 과정의 연장? 그런데 작품성이 의외로 높네요.   
2008-01-27 10:51
theone777
생동감 하난 최고   
2008-01-26 11:48
sy8253
1인칭 시야라서 관람하는 동안 어지러움에 힘들어하는 관중도있었지만.
저는 유독 시야가 넓은편이였는지 금방 적응되서 어지러움은 없었고..
독특한 1인칭 시야로 처음부터 끝까지 시작되는 영화라..처음에는 더 넓게 옆이고 전체를 다 보고싶은 마음이 들정도였다. 그런 느낌때문에도 사운드랑 내용에 더 집중하게되고..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될정도로 생동감이 정말 대단한 영화였다..
스릴있고.. 새로운시도의 멋진작품이라 느꼈다..   
2008-01-25 21:52
shelby8318
정말 보고싶은데... 어지럽다는 평이 꽤 있네...   
2008-01-25 20:28
theone777
결말을 떠나서 굉장히 재밌게 본 영화.. 생동감, 스릴 최고!   
2008-01-25 19:15
bjmaximus
배우들을 신인들로 기용한 건 확실히 영화 속 상황을 더 실감나게 하기 위한 의도였을 듯.   
2008-01-24 16:21
mckkw
아비규환의 상황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2008-01-24 12:09
drjed
처음에는 기대되더니 이제는 우려가 되어가는   
2008-01-2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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