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우선 재미있고 봐야죠. 확실한 시나리오에 배우들의 멋진 연기가 한데 뭉치면 작품성과 흥행성은 저절로 뒤따른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닥터 K] 이후 3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혜수가 화끈한 변신을 시도했다. 할리우드 대작영화가 난무한 가운데서도 올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최고의 한국영화 [신라의 달밤](김상진 감독-좋은영화 제작)에서다. 충무로 흥행스타 이성재 차승원과 함께 이번엔 코믹한 이미지로 열정을 쏟아부었다.
세 남녀배우의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처음부터 허를 찌르지만 이중에서도 돋보이는 인물은 라면집 여사장으로 분한 김혜수. 정반대의 상황으로 발전한 두 고교동창생 박영준(이성재)과 최기동(차승원)의 '어제와 오늘'이 중심이면서도 민주란(김혜수)의 존재야말로 이야기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필수불가결한 양념이다. 관객들은 김혜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드러나 보이진 않아도 차승원 이성재의 상반된 색깔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은근히 뒷받침하고 있음을 저절로 느낄 수 있다. 마치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헬렌 헌트 처럼. 헬렌 헌트는 영화의 초반과 후반부에만 등장해 남자주인공 톰 행크스를 받쳐줬어도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연기로 관객들에게 더없는 감동을 안겨줬다.
영화속의 김혜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순정만화의 전형적인 캐릭터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나무젓가락으로 머리핀을 대신한 채 환한 미소로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스크린속에서나 실제로나 역시 김혜수 답다. 김혜수는 올초 MBC TV 드라마 <황금시대>를 마지막으로 일체의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신라의 달밤]에만 매달렸다. 그리고 오랜만에 '필이 꽂힌' 영화시나리오가 결코 쉽지않은 촬영을 즐거운 마음으로 끝낼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관객반응이 두려운건 배우이기에 어쩔수 없는 숙명. 그래도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중 최고의 흥행을 기대할 만큼 작품에 대한 믿음은 뚜렷하다. 액션 코미디영화 [신라의 달밤]은 [주유소 습격사건]의 흥행군단이 다시 뭉쳐 선보인다는 점만으로 관객들의 기대는 이미 상상을 초월한다. 단 10초만에 네티즌 펀딩을 마친 기록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김혜수는 요즘 대학강의 준비로 다시 바쁘다. 2학기부터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기학을 강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랜 연기생활의 경험을 후배 대학생들에게 보다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당분간은 드라마나 영화 스케줄을 잡지 않겠다는 김혜수는 어느모로 보다 과연 프로답다.
<자료출처 : 스포츠조선>